여성 CEO의 삶과 경영 ④ 이종선 IDC 사장 겸 델라기프트 사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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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25면

이종선 사장은 “선물 컨설팅은 늘 새로운 컨셉트를 연구해야 하는 까다로운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신동연 기자]

이종선(43) 사장은 컨설팅 업계에선 꽤 알아주는 인물이다. 15년간 기업·관공서·학교 등에서 9000번 넘게 강연해 그의 강연을 들은 사람이 200만 명은 족히 된다. 그에게 이미지 관리(PI·President Identity)를 받은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각계 인사만도 400명이 넘는다.

“최적의 선물 골라주는 것도 큰 사업 될 수 있죠”

이런 풍부한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선 생소한 선물(膳物) 컨설팅이다. 그는 이왕 할 바엔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2006년 델라기프트라는 별도 법인까지 세웠다. 이 사장은 “명절이나 각종 기념일에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CEO들이 많아 선물 컨설팅 사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지 컨설팅이 화술·태도 등 무형의 이미지를 교정해 주는 것이라면 선물 컨설팅은 유형의 물건을 갖고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어서 일맥상통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회사명 ‘델라’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여주인공이다. 남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시곗줄)을 사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델라처럼 정성을 다해 선물에 보내는 사람과 기업의 이미지를 담겠다는 뜻을 담았단다.

델라기프트는 의뢰인의 취지를 파악해 최적의 선물을 골라주는 일을 한다. 3~5배수의 품목을 제안해 의뢰인이 선택하면 상품 설명과 적절한 카드 문구를 곁들여 포장한 뒤 배송까지 해준다. 좋은 상품을 싸게 조달하기 위해 가급적 생산자나 디자이너와 직접 계약을 한다. 자체적으로 아이디어 상품도 개발한다. 그는 “사업 초기엔 선물 컨설팅을 한다고 하면 ‘선물(先物) 거래’로 착각해 언제 경제 공부를 했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지만 이젠 고객이 꽤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2.5배인 100억원으로 잡았을 정도다. 3~5년 내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선물이 넘쳐나는 요즘엔 사연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승진하는 사람한테 무조건 난 화분을 보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대신 거북이나 달팽이 소품을 보내보라고 한다. ‘이젠 여유를 갖고 건강도 챙기라’는 메시지와 함께.

미 뉴욕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의 첫 직장은 항공사였다. 해외 여행이 힘들던 당시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스튜어디스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스튜어디스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해외 경험이 쌓임에 따라 국제 매너의 중요성에 눈뜨면서 사업가의 길로 나섰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국제 매너를 제대로 가르칠 만한 곳이 없었기에 매너 교육 사업을 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1993년 이미지디자인컨설팅(IDC)을 설립했다. 그의 나이 28세 때다. 사업 초기엔 주로 기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너 교육을 했다.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라선 이후엔 리더에 걸맞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CEO 등을 대상으로 한 PI에 역점을 뒀다.

그는 컨설팅 사업이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 인성검사나 적성검사를 하면 ‘적극적으로 남을 돕는 일이 맞다’고 나온단다. 델라기프트는 수익의 1%는 무조건 아픈 아이들을 돕는 일에 쓰고 있기도 하다. 10년 전 결혼했지만 아직 자식이 없다 보니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데 관심을 쏟게 된다고 했다.

그는 십 년 넘게 컨설팅 사업을 해왔지만 선물 컨설팅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한다. 늘 새로운 컨셉트를 연구하고 아이템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선물 컨설팅을 할 때마다 ‘마치 연애에 빠진 사람처럼 눈이 빛난다’는 말을 듣는 걸 보면 자신에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곧 다가올 설에 적당한 선물 아이디어를 묻자 쥐띠 해인 만큼 쥐의 이미지나 특성이 담긴 선물을 준비해 보라고 추천했다. 쥐는 다산과 다복을 상징하는 동물이어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연말연시나 설·추석 등 선물이 많이 오가는 시기엔 쇄도하는 주문 때문에 하루 2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며 “덕분에 다이어트 걱정은 없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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