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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자본 경계 지나치다-英이코노미스트誌 지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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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은 제2의 멕시코가 되지않을까 걱정할 이유가 없다.경제체질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한국이 멕시코사태 이후 자본자유화등 경제의 대외개방 속도를 늦추려는 태도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誌 최신호는 『한국 정부가 필요이상으로 외국자본을 경계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금융개방의 속도를빨리할수록 한국은 보다 많은 것을 얻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멕시코사태는 경제개혁 때문에 발생한것이 아니라 개혁을 미흡하게 추진해서 생긴 것』이라며 멕시코사태를 구실로 경제의 개혁과 개방을 미루려는 개도국 가운데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관계기사 29면.월스트리 트저널 한국판〉 다음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한국관련 기사의 요지.
멕시코사태의 여파는 다른 신흥개도국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밀려왔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로 한국의 주가는 올들어 7%나 떨어졌다.그러나 한국의 재무관료들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돈이 빠져나가는 것보다 밀려들어오는 상황을 더욱 곤혹스럽게 받아들이고있기 때문이다.이상하게 보이는 일이다.
한국은 멕시코와 달리 외국자본의 유출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경제체질을 갖추고 있다.멕시코의 한해 경상수지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한다.적자는 외국자본에 의존해 메워지고 있다.반면 한국의 GDP대비 경상수지적자는 1.4 %에 불과하다.멕시코의 외채규모는 한국의 세배나 된다.한국은 단기외채를 거의 갖고있지 않아 멕시코와 같이 외국자본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외국자본을 두려워하고 있다.인플레 우려 때문이다.한국 재정경제원의 신명호(申明浩)제2차관보는 『외국인 투자자금은 통화증발을 초래해 물가안정을 위협한다』고 말했다.예를 들어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액은 총통화()증가분중 35%나 차지했다는 것이다.申차관보는 『한국은 물가상승이9.3%에 달했던 91년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물가억제를 위해 한국은행은 통안증권을 발행,13%대의 금리를 부담하며 시중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통화긴축및 더딘 금융개방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한정된투자자금이 대기업으로만 몰려 중소기업의 금고는 텅빈 상태에 놓였다.대기업들도 해외자금을 들여오면 5%정도면 될 실질금리를 국내자본에 의존하다 보니 9%나 부담하고 있다.
물론 점진적이나마 한국정부가 개방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10%에서 12%로 높였고 포항제철과 한국전력등 2개사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허용했다.기업들의 해외기채(起債)규제도 점차 풀리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개방은 여전히 중남미및 동유럽의 개도국들 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것이다.
그나마 한국정부는 멕시코사태이후 개방속도를 늦추려는 자세를 보이고있다.개방확대에 대한 한국정부의 거부감은 지나친 면이 있다. 먼저 계수만 보고 통화과잉을 논하는 것은 무리다.제2금융권 자금을 포함한 총유동성()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외국인투자자금이 통화증가에 기여한 몫은 10%선 이하다.
외국자금의 유입확대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의산업정책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기업들의 금리부담을 크게 줄이는한편 중소기업으로도 투자자금이 자연스레 흘러드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金光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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