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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여, 獨善을 경계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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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25면

갈릴레이, 라이프니츠, 콜럼버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적은 물론 활동 시기도 달랐던 이들은 어리석은 생각을 함으로써 인류 문명의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김성희 기자의 뒤적뒤적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해 종교재판까지 받았던 갈릴레이는 “갈릴레이로부터 원자폭탄까지 곧장 길이 뻗어 있다”고 할 정도로 과학문명의 선도자로 평가받는다. 나무로 만든 계산기를 만들려는 ‘헛수고’를 한 라이프니츠도 2진법을 개발한 공로로 컴퓨터의 선구자로 꼽힌다. 콜럼버스도 마찬가지다. 실제 2만㎞인 일본 항로를 4500㎞로 잘못 계산해 무모하게 서쪽으로 배를 띄웠다. 제대로 계산했다면 감히 하지 못했을 일이다. 물론 아메리카 대륙은 언젠가 ‘발견’되었겠지만 그 후 세계사가 출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독일의 법학박사가 쓴 『세상을 바꾼 어리석은 생각들』(프리더 라욱스만 지음, 박원영 옮김, 말글빛냄)은 이 같은 사례를 여럿 담았다. “인류가 때때로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일도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란 비트켄슈타인의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쓸모없는 생각의 유용함을 파고든 철학서다. 그런 만큼 흥미롭되 읽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무릅쓸 태세가 되어 있는 리더들은 솔깃할지 모르겠다. “역사가 인정할 것”이라 믿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독선과 아집의 역사 1, 2』(바바라 터크먼 지음, 조민 외 옮김, 자작나무)를 권하고 싶다. 20년도 더 전에 쓰였지만 리더들, 특히 정치인들에게는 여전히 가치 있다. 반대를 물리치고 목마(木馬)를 성 안으로 끌어들여 패망을 자초한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에서부터 여론을 무시한 채 베트남전이란 수렁에 발을 디딘 20세기 미국의 대통령들까지, 권력에 취한 통치자들이 어떻게 나라를 망쳤는지 잘 보여주니 말이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다른 모든 과학은 진보하고 있는데도 정치만은 옛날 그대로이다. 지금도 3000~4000년 전과 차이가 없다”고 탄식했단다. 거기에 더해 “독선 자체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현상이다. 정부구조와도 관계가 없다. 군주정치와 과두정치뿐 아니라 민주정치도 독선을 낳는다”란 지은이의 지적은, “나는 옳다”고 자부하는 리더들이 한번쯤 귀담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제임스 맥그리거 번스 지음, 조중빈 옮김, 지식의날개)이 떠오른다. 대통령 당선인이 읽는다 해서 화제가 된 책이다. 수에즈 운하를 만든 레셉스, 파나마 운하 건설에 지대한 공헌을 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니 당선인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정관정요』나 『목민심서』가 꽂힌 서가 옆에서 폼만 잡은 이전 지도자들과 달리 신선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덩달아 가까이할 책은 아니다. 리더를 위한 지침서라기보다 리더십학을 위한 교과서 성격이 짙어서다. 적어도 선 자리에서 뒤적여도 될 만큼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니 주의하기를.


고려대 언론학 초빙교수이자 중앙일보 출판팀장을 거친 ‘책벌레’ 김성희 기자가 격주에 한 번 책읽기의 길라잡이로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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