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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이것이과제다>1.손질 급한 司試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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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사법시험을 변호사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법과대 교육을 개선하는 것등을 골자로 한 사법제도의 일대 개혁을 추진하고 나서 법조계.교육계는 물론 일반국민들 사이에서도 현안으로 떠올랐다.법조계 내부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지 만 국민들 사이에선 사법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확산된 상태다.7회에 걸쳐 사법개혁의 과제를 정리한다.
[편집자註] 지난 주말인 11일오후 고시촌 1번가인 서울신림동의 모고시원.
올해 대학2학년에 올라가는 X세대 金모(20)군과 지난해초 3년동안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李모(31)씨가 열한살 터울인데도 나란히 앉아 다음달 12일 치러지는 1차 사법시험에대비,5지선다형 문제 풀기에 여념이 없다.앞자리 에는 S대 공대 4년 K모(22)군이 이에 질세라 안경낀 두눈을 객관식 문제에 고정하고 있다.
K군은『잘 돼야 공학박사인데 그보다는 변호사가 낫다는 생각이들어 고시공부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나이.학력.응시횟수등 아무런 제한이 없고 한번 합격하면 신분상승과 함께 평생이 보장되는「코리안 드림」의 상징인 사시합격이라는「일확천금의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 너도나도 가세한 사시열풍(熱風)의 현장이다.
85년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사법시험 1차 응시자는 모두 13만2천2백69명으로 이중 2천9백89명만이 최종 합격,12만9천2백80여명이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孫庸態기자〉 30대후반에도 합격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高試낭인」이 속출하고 심지어 폐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응시자는 줄기는커녕 90년 1만1천6백97명에서 94년 1만6천3백90명등으로 연평균 1천1백여명씩 늘어나고 있다. 세계가 국제화.첨단화.과학화돼 가고 있어 각 분야에 우수한인재들이 필요한데도 수많은 일꾼들이 한탕주의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환갑이 지났거나 무학력이거나 몇번 낙방하든 간에 오로지 한번만 합격하면 되는 무제한의 응시자격과 희소가치 가 있는 합격인원에 있다.
1차시험 응시자는 연 1만4천여명에 합격자는 7백~8백명선으로 20대 1에 이르고 2차시험도 응시자 1천3백명선에 3백명선이 합격해 4대1 꼴이다.
시험과목도 객관식인 1차 필수 6과목,주관식인 2차 필수 8과목중 문화사(1차).국민윤리(2차)등이 포함돼 있어 시대 조류와도 맞지 않다.시험과목.방식 모두 공정한 수사.재판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종합적인 사고력를 측정하기란 애 초부터 무리다.그러나 일단 합격하고 나면 2년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거쳐판.검사나 변호사가 된다.판.검사가 되면 하루아침에 막강한 권력자로 변신하며 변호사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따라서 현행 사법시험제도 개선은 시대적 요청이다.
희소가치를 줄이고 국민들이 싼값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합격자수를 늘리자는 부분에는 이론이 없지만 현행 골격을 유지하자는 점진적 개선론과 이번 기회에 아예 사법시험제도의 틀을 다시 짜자는 의견으로 양분돼 있다.고려대법대 배종대(裵鍾大)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응시횟수를 제한하고 시험과목도 실무 벌률과목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孫庸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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