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대화,多層.多채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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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야(與野)대화가 너무 경직(硬直)되고 격식에흐르고 있다.국정(國政)토론의 두 주역(主役)이라 할 여야간에서로 만나고,밥먹고,대화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돼야 할텐데 가장 자주 만나야 할 총무회담 한번 하는데도 미리 조건을 따지기 일쑤다.더욱이 여야당수회담은 외국과의 정상회담보다 더 열리기 어려운 형편이다.우리는 이런 경직된 여야관계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난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신기하(辛基夏)민주당총무를 만난 것이 정가(政街)의 큰 관심거리가 되고,이런 저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런 정계풍토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상식적으로 말한다면 대통령이 야당간부를 만나는 것은 전혀 이상할게 없고,오히려 자주 만날수록 좋은 일이다.대통령으로서는 가급적 사회 각계의 광범한 소리를 들어야 하고,그중에서도 비판적 입장에서는 야당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야당도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국정 에 자기 의사를 반영시키는것은 보람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지극히 당연한 일을 두고 지금 민주당에서는 「정치적 음모」니,「청와대와 비주류의 협공」이니 하는 말이 나오고있다.辛총무에 대한 제재론까지 나오는 모양이다.한국적 정치상황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그것은 대통령의 이런 만남이 전례없는 일인데다 야당인사를 선별적으로,정치적 의도를 갖고 만나는게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있기 때문이다.상대방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대표는 안만나면서 그와는 계파가 다른 총무를 만났으니 대표를 무시하는게 아니냐는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대통령과 야당인사의 면담이 이런 옹졸한 논란을 빚는 정치현실을 개탄하면서 양쪽 모두 좀 더마음을 열고 상대방과 자주 만나기를 권하고 싶다.대통령은 총무뿐 아니라 야당대표는 물론,다른 야당인사도 자 주 만나고,야당역시 집권측의 누구라도 콤플렉스 없이 자주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여야대화는 다(多)채널.다층(多層)구조로 많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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