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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상>장기 水資源정책을 위한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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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계속되는 가뭄으로 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올해 우리가 겪고 있는 심한 가뭄이 몇십년만에 한번이 아니라 기상이변에 따라자주 겪을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이 불안을 더하게 한다.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 충분한 양의 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있는 물을 어떻게 유효하게 쓸 것인가,지역에 따라 양적으로 차이가 있는 물을 어떻게 나누어 쓸 것인가…등.물관리를 집중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
소득증가와 산업발전에 따라 물의 사용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나 물의 공급사정은 여의치 못하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백74㎜로 세계 평균치의 약1.3배지만 1인당 수자원 총량은 국토면적과 인구수로 비교했을때 세계평균 치의 11분의 1에 불과하다.특히 계절에 따른 강수량의 차이가 크고,지역에 따라 수자원 부존량도 차이가 커서 현재 이용되고 있는 물은 수자원총량의 23%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91~2011년 20년간을 대상으로 지난 90년 수립한「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나「신경제 5개년계획」의 SOC정책중 수자원계획은 주로 평상시를 기준으로 수립한 것이다.이제는 지구환경악화에 따라 되풀이될지도 모를 비상시를 고려한 장기적인 수자원정책이 마련돼야할 때다.
물의 양적확보,적절한 사용,지역간 분배등을 위해서는 국토계획차원에서부터 물의 가격정책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사회간접자본투자에서 수자원확보.관리를 위한 균형있는재원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투자순위에서 우선해야 함에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중을 작게 차지했다.댐건설.수계(水係)개발.노후관로보수 등에 획기적 인 투자가필요하다.국토계획도 물과 기간교통을 기본골격으로 짜여져야할 것이다. 둘째,수요관리 측면에서 물가격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모든물건이 그렇듯이 물도 싸면 더 많이 쓴다.소득이 증가할수록 물을 많이 쓰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나 우리나라는 GNP에 비해 물사용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비교된다.수돗물값은 일본 동경이 우리의 4.3배,미국 워싱턴이 10배에 이른다.물의 양 확보와 함께 사용에 대한 수요관리가 중요하다.
셋째,한정된 수자원을 구별해가며 써야한다.도시에서는 상수도 이외의 중수(中水)사용을 장려하고,공업용수도도 적극 개발되어야한다.중수란 음료수로는 적합치 않으나 잡용수로는 쓸수 있는 정도의 지하수와 세면기.욕조등에서 한번 사용한 물 을 여과한 물등을 일컫는 것으로 변기용.청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중수의 사용을 위해서는 건물이 설계될 때부터 별도의 배관과 여과설비등이 계획되어야 한다.따라서 설비투자에 따른 건축비증가등 비용이 발생하는 중수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현재 일부 대규모 빌딩이중수이용을 하고 있으나 수돗물값이 싼 경우에 별 이득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유럽은 중수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으며,멕시코시티와같이 물이 모자란 지역은 한번 사용한 물을 여과해 중수로 쓰는비율이 아주 높다.
넷째,해수의 담수화(淡水化)기술개발에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기술개발에 의해 담수화비용이 줄고 있다.도서지방이나 상수도공급이 어려운 지역,비상시 대비등을 위해 미리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섯째,수자원관리가 일원화되어야 된다.현재 부처별로 관리가 나뉘어 있는 농업용저수지.댐.발전용댐.지하수개발등이 통합관리되는 것이 효율적이다.영국은 하천관리청(River Authority)이 수자원과 관련한 모든 것을 관할한다.지하 수의 경우 무분별하게 개발할 경우 지반침하의 위험이 있으며,관정개발에 따른 오염도 심각하므로 계획적인 개발과 관리가 필요하다.
끝으로 전국토의 수계를 엮어줌으로써 상대적으로 물의 여유가 있는 지역과 물이 적은 지역을 연결하도록 해야한다.생활용수나 공업용수공급에서 지역간 편차를 없애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며 비상시 대비에도 유리하다.현재 전남 주암 댐의 물을 여수.순천쪽으로 끌기 위한 12㎞ 정도의 터널은 이미 완공되어사용중에 있고,경북 임하다목적댐의 물을 영천댐쪽으로 끌어가는 40여㎞에 달하는 영천도수로공사도 진행중이다.
광역적인 수계개발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연구단계에서 중단됐었으나 앞으로 환경악화등으로 인한 기상상태의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의 경제성분석과는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미국의 예를 보면 캘리포니아주는 남부지방이 8백㎞를 넘는 거리의 운하를 통해 북부의 풍부한 물을 끌어와 사용하고 있다.이러한 개발에는 기술의 확보나 재정적 뒷받침 외에도 수자원이용권에 관한 법적인 제도정비등이 뒤따라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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