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연세대의 흥분과 삼성의 관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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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삼성전자-연세대전 전반 11분쯤.
삼성의 골밑을 파고들던 연세대의 슈터 우지원(禹智元)이 얼굴을 감싼채 코트바닥에 나뒹굴었다.
다시 1분후,禹는 왼쪽 45도부근 3점라인 위에 쓰러져 뒹굴었다. 두차례 모두 삼성의 가드 김승기(金承基)에게 파울이 선언됐다.金은 두번째 파울을 범하면서는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퇴장당했다.
부동의 리딩가드인 金의 퇴장은 삼성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치명상을 입기는 연세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분노한 우지원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길길이 날뛰고 흥분이 극에 달한 양팀 벤치가 벌집을 쑤신듯 어수선한 채 5분여가 지난후 다시 속개된 경기의 흐름은 전혀 뜻밖의 양상을 보였다.
젊은 연세대 선수들은 쉽게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지난 9일 삼성격파의 수훈갑이었던 석주일(石周一)과 김택훈(金澤勳)이모두 전반에 4개의 파울을 범한 데서도 이같은 사실은 확인된다. 연세대의 강력한 무기인 서장훈(徐章勳) 역시 극도로 흥분,전반에만 3개의 파울을 범했고 3번째 파울은 설상가상으로 테크니컬 파울이었다.전반 10개의 슛을 던져 3개 성공에 그친 徐의 야투율은 이날 연세대 선수들의 흥분지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 삼성은 실업팀다운 관록을 십분발휘,어수선한 경기장 분위기를 충분히 활용했다.연세대 선수들의 많은 범실을 유도했고 주력선수들에게 파울의 족쇄를 채워 수비강도를 약화시킴으로써 전반12분 23-19로 뒤졌던 스코어를 42-32로 뒤집은 채 후반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날 삼성승리의 주역이었던 문경은(文景垠)은 8개의 3점슛을포함,41점을 성공시켜 팀내 최다득점을 올렸다.이날 그의 득점중 12점이 골밑 레이업슛과 미들슛(중간거리에서 던지는 슛)이었는데 文의 골밑공격과 미들슛은 강속구 투수가 양념으로 변화구를 던져 타자를 요리하듯 번번이 연세대 수비를 농락했다.
만약 지나친 흥분만 아니었다면 연세대 선수들이 文에게 그렇게많은 골밑슛.미들슛을 허용했을지 의문이다.이렇게 볼 때 전반 10분을 뛰고 퇴장당한 김승기의 파울은 타이슨의 해머펀치처럼 연세대의 전력에 격렬한 대미지를 주어 이날 승부 의 물길을 결정한 셈이다.
경기가 끝난 후 일부 관중들은 삼성의 더티플레이를 비난했다.
그러나 누가 승부의 세계에서 정당한 파울과 더티 플레이의 경계선을 두부 자르듯 확실하게 그을 수 있는가.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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