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뺨칠 차 절도·사기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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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일 이모(23·서울 광진구)씨는 인터넷에서 ‘차를 싸게 판다’는 글을 보고 160만원짜리 중고 승용차를 샀다. 그러나 이씨는 이 차를 하루도 타지 못했다.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가 6시간 만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대구에 사는 현모(27)씨도 7일 경기도 서안산요금소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중고차를 넘겨받았지만 이틀 만에 차를 도난당했다. 중형 승용차를 150만원에 저렴하게 구매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대구의 한 지하철역에 주차해 놓은 차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졌다.

 두 사람은 경찰에 즉각 도난신고를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잡은 범인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이들에게 차량을 판매한 강모(21)씨였다.

 강씨의 수법은 기묘했다. 우선 그는 렌터카 회사에서 승용차를 빌렸다. 승용차의 차량등록증을 위조하고 다른 차량의 번호판을 훔쳐 달았다. 이렇게 중고차로 위장한 뒤 인터넷을 보고 연락한 이씨 등에게 팔아넘겼다.

 그리고 강씨는 차량 내부에 미리 달아놓은 위치추적기로 판매한 승용차의 위치를 파악해 다시 훔쳐온 것이다. 절도를 쉽게 하기 위해 시동키를 미리 복제해 놓은 것은 물론이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17일 사기 및 절도 혐의로 강씨를 구속했다. 강씨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차량을 팔고 되훔치다 구속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해에는 강씨가 위치추적기 대신 애인 명의로 만든 휴대전화를 차량에 넣어둔 뒤 위치를 알려주는 ‘친구찾기’ 기능을 이용하는 수법을 썼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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