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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공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공양’-안도현(1961~ )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 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 울음 서른 되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데에도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을 공양하는 존재들이 있다. 싸리꽃을 피우려고 산(山)벌의 날갯짓 소리가 일곱 근이나 들었다니. 반가운 손님처럼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가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오랏줄 칠만구천 발을 내려뜨렸다니.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누군가의 공양으로 우리의 삶이 꽃피어나는 것이니.

<박형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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