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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하마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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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담(1955~) '하마단' 전문

하마단
먼 사막을 향하여 떠나는 산 위엔
흰눈이 빛나고
페르시아 긴 칼이 서늘하다
하마단
여기서 이스파한까지는
여기서 페샤와르까지는
여기서 이슬라마바드까지는
여기서 바라나시까지는
하마단
하마단
메마른 내 몸속에서는 아직 무수히 많은 길들이
흔들린다
지친 낙타의 큰 눈 속에 잠긴 신기루
푸르른 호수 가운데
먼 길 들꽃처럼 무수히 날린다



하마단에 가보지 못했다. 그 도시가 페르시아에 있는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지, 터키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 도시에 오아시스가 있는지, 눈 덮인 흰 산이 있는지, 푸른 빛의 모자이크 벽돌로 만든 미네라트가 사막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한다. 그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며, 얼마나 많은 슬픈 이야기들이 있으며, 얼마나 많은 포도나무와 얼마나 많은 낙타들이 병들었는지…. 그 도시의 길들은 무슨 빛으로 산 언덕을 넘어서는지…. 하마단 하마단, 마음 안에 구름처럼 피어나는 하마단. 페르시아 긴 칼처럼 서늘한 하마단.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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