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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반 하객 반’ 삼엄한 결혼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13일 오후 1시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 P호텔. 이곳에선 폭력조직 ‘장철파’ 행동대원 조모(27)씨의 결혼이 열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결혼식장 바깥에는 부산경찰청 소속 특공대원 20명과 기동대원 60명, 사상·북부경찰서 형사 10개 팀 등 100여 명이 출동해 검문검색을 벌였다.

하객으로 참석한 폭력조직원들이 각종 흉기를 차량에 숨겼는지 검문검색을 폈다. 예식장 주변에서 폭력배들이 도열하며 조직의 세를 과시하는 행위도 감시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결혼식에 참석했고 도열 행위도 하지 않았다.

 하루 전인 12일 오후 1시30분 연제구 연산동 K예식장. 폭력조직 ‘연산동파’ 행동대원 김모(29)씨의 결혼식장 주변에도 경찰특공대, 폭력조직소탕대, 연제경찰서 형사과 7개 팀 등 100여 명이 투입돼 차량 검문검색을 벌였다.

 조직폭력배들의 혈투를 다룬 영화 ‘친구’에서 준석(유오성 분)의 모델로 알려진 폭력조직 ‘칠성파’ 전 행동대장 정모(43)씨가 결혼한 지난해 12월 13일에도 경찰은 100여 명을 투입해 결혼식장 주변에 대한 경계를 폈다. 당시 전국에서 폭력조직원 300여 명이 참석해 경찰을 긴장시켰다.

 요즘 부산에서 경찰이 조폭들의 결혼식 때마다 1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경비를 서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연말연시 폭력배 간 다툼으로 보이는 칼부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조폭 추종세력들이 활개를 치면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3일 오전 4시쯤 부산시 연제구 연산로터리 인근 모텔에서 자칭 칠성파 추종 폭력배인 이모(25)씨가 동네 폭력배 유모(25)씨 일행 2명과 칼부림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2시쯤엔 동래구 안락동 모 재래시장 앞길에서 지역 폭력배 안모(38)씨 등 2명이 후배 폭력배 이모(33)씨와 PC방 단속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이씨를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경찰청은 9일 일선 경찰서 형사과 직원 40여 명을 차출해 ‘폭력조직소탕대’를 발족했다. “기존 조폭 조직뿐 아니라 조폭급은 안 되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지역 폭력배들의 계보와 명단을 확보해 집중 관리할 것”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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