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23.日 가케가와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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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특별취재팀■ 金仁坤차장(전국부) 金 日(사회부) 郭在源(도쿄특파원) 方元錫(수도권부) 劉載植(베를린특파원) 沈相福(경제부) 金起平(사회부) 吳榮煥(도쿄특파원) 高大勳(파리특파원) 劉光鍾(臺北특파원) 『신칸센(新幹線)역을 잡아라.』 시를 관통하는 신칸센 고속철도를 그냥 지켜 보기만 할뿐 타고 내리지 못하던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가케가와(掛川)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본 국철(國鐵)측에서 역건설에 필요한 예산(1백37억엔)이없다는 이유를 들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역을 유치하기 위해시민들이 자발적인 모금운동에 나선 것이다.
가구별로「10만엔을 기준으로 하되 능력에 따라 더 내거나 덜내도 좋은」모금이 진행됐다.인구 7만5천명의 작은 시였지만 30억엔의 돈을 모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가케가와시가 주변의 지자체들을 상대로『신칸센역이 들어서면 당신들도 좋아진다』고 설득해 기부받은 몇억엔의 돈도 포함됐다. 시는 시민들의 뜻이 이러니 신칸센역을 만들어 달라고 국철측에 간청했다.시민들의 간절한 뜻이 받아 들여진 것은 그로부터 4년뒤인 84년이었다.그후 다시 4년이 지난 88년 가케가와역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신칸센 열차를 타고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2백30㎞를 달려 발을 디딘 가케가와역은 한마디로 깔끔하고 넉넉했다.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넓은 역광장은 이곳이 시민들의 정성으로 건설된 곳임을 알려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가케가와시를 그냥 지나가는 도쿄~나고야간 도메이(東名)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와 톨게이트를 시가 나서서 도시 진입로에 만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시는 자체재원으로 인터체인지 공사를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통행료 수입도 시는 한푼도 챙기지 않고 모두 도로공단측으로 넘기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도로공단측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1년여 공사끝에 93년12월에 인터체인지가 개통됐다.
지역발전은 철도나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가케가와시에 신칸센역과 도메이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개통되면서 인적.물적 수송은 물론 산업전반이 한단계 도약한 것은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방자치라는 것이「지역주민이 힘을 합쳐 잘사는 고장만들기 운동」이라는 사실을 가케가와시는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케가와시의 자랑거리는 이 정도가 아니다.진짜 독특한「거리」는 생애학습(生涯學習)이다.우리 말로는 평생교육과 유사한 개념이다. 시와 시민들은 배움과 지식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일을 일상생활로 여긴다.무슨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는것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교육이다.따라서 시의 모든 행정도 생애학습에 초점을맞추고 있다.
오물처리장을 하나 지어도 그것이 학생과 시민들에게 교육의 場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식이다.시는 28억5천만엔을 들여 작년 3월말에 분뇨처리장을 준공했다.
이름과는 달리 다른 어떤 곳보다 깨끗이 단장된 이곳은 오물이어떤 과정을 거쳐 정화되는지 상세히 보여주는「생물교실」이다.정화된 물은 아무 냄새도 나지 않거니와 붕어가 노니는 것을 직접보여주기도 한다.
『가케가와 시민은 건강하고 보람있는 생을 영위하기 위해 서로간에 무엇을해야 할 것인가를 항상 서로 물어가면서 평생 계속 배워나가자.』 생애학습의 실천은 79년에 선포된 이「생애학습도시 선언」으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도시에서도 공민관이란 이름의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교양강좌가 열리곤 하지만 가케가와시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없다』고 시청 기획과의 나카야마(中山雅夫.37)씨는 자랑한다.
배우고 토론하는 일은 16개 마을마다 하나씩 있는「생애학습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이 센터는 주민들의 의견수렴장인 동시에고장의 역사와 건강정보를 공유하는 장소이며 동시에 나이든 선배시민들로부터 풍부한 인생경험을 물려받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내 마을의 역사와 전통.풍물등 우리 주변부터 제대로 알자는 목적에서다.이밖에 시장.부시장등이 참여한 주민의견 수렴기구를 만들고,생애학습센터를 짓고,생애학습 취지에 맞게 도시공원화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일이 대표적인 일이다.
90년부터는 21세기를 내다보고 2단계 운동을 벌이고 있다.
91년 3월에는「생애학습을 위한 토지조례」라는 특이한 제도도 만들었다.이 조례는 개인 땅이라도 공익이 우선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조례의 전문(前文)에『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토지는 공익차원에서 이용돼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땅값이 올랐을 때는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조례를 토대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시가 토지이용에 관한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예컨대 산림및 농지로서 보전할 지구가 어디며,토지구획정리및 개량사업은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하며,민간과 공동으로 개발할 땅은 어디로 할 것 인지등을 주민과 함께 정하는 것이다.
***지역주민과 호흡 이같은 일을 추진하다 보면 사유재산권을제한하는 문제도 발생하는데 이때는 해당 구역 땅주인들이 80%이상 동의해야 사업이 가능하다.
이 조례에 따라 현재 토지이용이 계획된 곳(특별계획협정 촉진지역)은 30개 지구,5천8백여㏊다.
농촌주거문화개선.주택단지개발.공단건설.농지종합개발.산림보전.
토지개량등 다양한 사업이 벌어지게 되는 이들 지역은 현재 시 전체면적의 31.5%에 이른다.30개 지구중 4개 지구 1백60㏊에서는 작년부터 정해진 사업이 진행중이다.
생애학습선언의 연장선상에서 시는 90년 4월에는「지구.미감.
덕육(地球.美感.德育)도시선언」이라는 것을 또 내놓았다.환경보전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덕을 가르치는 도시를 선언한 것이다.
자그마한 도시치고는 「차원」이 보통 높은 게 아니 다.
전통적인 차(茶)의 도시 가케가와시가 보여주는 지방자치제는 지역주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행정 바로 그것이었다.
[靜岡縣=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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