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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X세대>7.싱가포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싱가포르 제일의 번화가 「오처드 로드」의 최고급 초대형쇼핑몰인 「니안 시티」는 일본계 백화점인 「다케시마야」백화점의 별칭이다.이 백화점 안의 디스코테크인 「스파크」는 내로라하는 멋쟁이 X세대들의 집합지다.
디스코테크안에서도 「광동노래 바」와 「메인홀」로 가는 인파를『이쪽 줄은 들어가는 줄,저쪽 줄은 나오는 줄』식으로 통제하고있었다. 그러나 정작 사회의 통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이렇게 하니까 안전하고 좋지 않으냐』고 되묻는 빅터(18)는 지난해 경범죄로 태형을 받은 미국소년 마이클 페이에 대해서도 『당연한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넓은 공간이지만 빽빽이 들어찬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어깨를 비비며 한 목소리로 댄스뮤직 가사『얘얘얘얘,야야야야,무슨 일이냐(what's going on)?』를 외칠 때 그들은 야생마 같았다. 그러나 새벽3시 때마침 쏟아지는 폭우 속으로 조용히 귀가하는 이들은 분명 잘 길들여진 「야생마들」일 것이다.
도덕적 통제주의가 싱가포르 젊은이를 지배하는 하나의 축이라면또 하나의 축은 물질주의다.
풍요 속에 자라난 대부분의 싱가포르 젊은이들에게 성공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물질이다.
좋은 직장,좋은 차,좋은 아파트,끊임없이 쇼핑센터를 메우고 있는 최고급 소비재들,해외여행.『당초 원했던 일정수준이 획득된이후에도 그 다음의 물질수준을 따라 가게 되고 결국은 원하는 물질들을 사기 위해 발목이 잡히고 만다.』 25세의 전문직 여성인 샤론의 말이다.
주말 고급호텔에서 중국식 결혼피로연을 갖고 있는 신랑 빈센트(28)와 신부 재닛(25).이들은 대학졸업 후 친구소개로 만나 7년간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둘다 계속 직장생활을 해온 덕에 아파트입주 보증금은 겨우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신혼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재닛은 앞으로 들어가야 할 돈 때문에 걱정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것이 비싸다.인구의 85%가 살고 있다는국민아파트.20평형이 2억6천만원 정도.
아파트 분양순위가 기혼자위주여서 결혼을 약속한 많은 애인들이결혼 2,3년전에 혼인신고를 미리 한뒤 분양신청을 해서 진짜 결혼과 동시에 입주한다.아파트만 비싼게 아니다.
패밀리 사이즈 자동차를 굴리기 위해서는 최소 6천만원이상이 든다. 모든 싱가포리안(Singaporean)들이 돈벌이와 출세에 발목잡혀 사는 것은 아니다.
***인수봉 원정 등정계획 싱가포르 산악회장인 데이비드 림(28.「뉴 페이퍼」영업간부)은 암벽등반이 좋아 그에 맞게 직장일을 조정하는 젊은이 중의 한 사람이다.물론 급여.승진의 불이익을 감수했다.
다른 많은 싱가포르 젊은이처럼 외국에서 대학을 나온 그는 『서구사회가 제공하는 삶의 여유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고 생활방식의 다양성,억압적이지 않은 근무여건』이라고 말한다.
말레이시아.뉴질랜드까지 전지훈련을 하고있는 그는 서울의 인수봉에도 관심이 많다.
98년 싱가포르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스폰서도 구해가며 11명의 대원과 맹훈련 중이다.
분명히 그는 새로운 형태의 싱가포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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