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제2의 자연" 건축가 승효상 일본서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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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승효상(52.건축사무소 '이로재' 대표)씨가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일본 도쿄 갤러리 마(間)에서 중국 건축가 장융허(48.張永和)와 2인전을 연다. 갤러리 마는 세계 건축계에서 중요 건축전을 여는 곳으로 이름난 전시장. 전시를 기획한 건축사가 무라마쓰 신(村松 伸)은 "아시아 건축가를 초청하던 의례적인 행사를 뛰어넘어 동시대 건축의 진지한 연구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동아시아 건축:경계를 넘어서'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2인전은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건축을 생각해보자는 기획의도를 담고 있다.

서양 건축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면서 아시아 건축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최근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회라 할 수 있다. 승씨는 "1980년대 이후 가볍고 표피적인 건축물에 휩쓸린 일본 건축가들에게 이웃 나라 건축가로서 자극이 돼 달라는 뜻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2002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 일본관 대표작가로 초대받은 이력이 있다.

일본 전시회에서 소개되는 승효상씨 작품은 경기도 남양주의 수백당과 서울 장충동의 웰컴 시티 사옥,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촌에 선 클럽 하우스 등이다.

그가 줄곧 지켜온 '비움'의 건축철학이 녹아든 작품들이다. 집에 들어와 사는 사람이 채워나갈 수 있는 공간을 비워놓은 건축, 삶의 풍경이 그려질 수 있는 비어 있는 여백이 많은 건축을 그는 꿈꾼다. 28일 오후 2시에 마련된 강연회에서도 이런 '비움'의 건축철학을 일본 건축학도들에게 펼칠 승씨는 "사람이 지은 집이 어떻게 제2의 풍경과 자연이 되는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의 건축전은 서울에서도 이어진다. 지난해 가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건축학 대학원과 캐나다 마니토바 대학에서 건축가 민현식(58.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와 '비움의 구축:한국건축의 근대성'을 열었던 승효상씨는 그 전시를 그대로 옮겨와 4월 초 서울 동숭동 쇳대박물관에 풀어놓을 예정이다. 02-763-201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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