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부모 짓누르는 私敎育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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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한해 사교육비(私敎育費)총규모가 17조원에 달했다는 교육개발원의 연구조사는 우리 교육구조가 수요.공급측면에서 얼마나왜곡돼 있나를 단적으로 말해준다.公교육기관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균형이다.공 교육이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니 私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비정상적 현실이 생겨난다.부실한 공교육을 학원교육으로 보충하는 과정에서발생하는 사교육비가 5조8천억원이고,그 액수가 해마다 급증한다.큰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교육이 부실한만큼 사교육이 강세를 보이면서 사실상 대입(大入)시험에서나 대학정책에까지 입시학원의 권위와 발언권이 높아진게 요즘 현실이다.현실적으로 대입교육이 우리교육의 전부인한 교육의 이니셔티브는 학원에 있다해도 지나친 말은 아 니다.
최근 몇년동안 과외비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대학별고사 실시와 학원수강 허용및 참고서.부교재값 인상 등으로 요약되고 있듯이 모두가 대입학원용 사교육비다.사실상 은밀히 거래되는 고액과외의 현실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돈이 투입된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부당한 교육비 지급을 감내하는 학부형들의 교육관도 우리 공교육 현실을 왜곡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사교육비 투자에는 과감하면서도 공교육비 투자에는 인색한 우리의 교육투자심리가 공교육 체제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내자 식 교육에 대한 투자는 내 혼자 은밀히 해야 하고 학원에 대한 투자만큼 자식에 대한 투자는 비례한다는 학부모의 잘못된 교육이기주의가 사교육비의 공교육 흡수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학부모의 교육심리가 확산되면서 계층간의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중산층 가계에 큰 타격을 주며,돈없는 학부모는 교육도 시킬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지게 한다.
사교육비 증가를 막기 위해선 국가의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학부모가 할 수 있는한의 범위내에서 사교육비의 공교육化에 기여하는 공동체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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