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전시향, 시애틀서 뉴욕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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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전시립교향악단(음악감독 함신익)이 태평양을 건너 미 대륙을 횡단한다. 창단 2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7~16일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 4개 도시를 돌면서 공연을 펼친다. 6월 8일 자매도시인 시애틀의 베나로야홀 공연을 시작으로 볼티모어의 조셉 메이어호프 심포니홀(10일), 필라델피아의 킴멜 센터(12일), 뉴욕의 카네기홀(14일) 무대에 선다.

공연장 모두가 다목적홀이 아닌 심포니 전용홀로 최근 개관했거나 음향 개.보수 공사를 마쳐 오케스트라 공연에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공간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공연장들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미국의 정상급 교향악단이 상주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대전시향이 미국 순회공연에서 선보일 레퍼토리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말러의 '교향곡 제1번 거인' 등.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가 협연자로 참가한다.

이번 공연은 '과학기술의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대전시(시장 염홍철)의 후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대전시향을 대전의 '문화상품'으로 육성하려는 대전시의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오케스트라의 해외 투어에는 단순한 '여행'이나 '연주'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대전시향은 이번 미국 순회공연을 통해 문화도시 대전의 이름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맡는다. 물론 세계적인 무대에서 연주하는 값진 경험을 통해 대전시향이 한국의 메이저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심포니 전용홀이 거의 없다시피 한 국내 실정에서 '꿈의 무대'에 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현지 언론의 비평을 거울 삼아 연주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전시향 음악감독에 취임한 지 3년 만에 미국 순회공연에 나선 함신익씨는 "앞으로도 3년에 한번씩 해외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음엔 동남아 순회공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향은 미국 순회공연에 앞서 같은 레퍼토리로 오는 5월 24~28일 전국 투어에 나선다. 7월에는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로 서울 무대를 노크한다.

그동안 대전시향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정기 연주회에 해당하는 매스터 시리즈 외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찾아갔다. 2001년 12월에 출범한 대전시향의 후원회인 (사)높은음자리표는 회원이 12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후원'은 대전시향의 정기연주회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것. 이들은 외국에서 오는 객원지휘자와 협연자에게 자신의 집을 숙소로 내놓고 관광안내까지 맡는다.

대전시향은 '답례'로 정기 연주회 하루 전날 유한킴벌리 공장 등 회원들의 근무처에서 회원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준다. 다음날 연주할 곡목을 지휘자의 해설로 들을 수 있는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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