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요즘 청약 4순위가 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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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에 순위 내 청약에선 미분양이 속출하는 가운데 미분양 물량에 대한 4순위 신청에 주택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청약자격 제한이 없고 새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업체들도 초기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4순위 접수에 적극적이다.

◆넘쳐나는 4순위 접수=고양 식사지구 벽산블루밍은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순위 내 접수에서 80%가 미달됐다. 하지만 4일 하루 접수한 4순위 신청자는 미달 가구 수의 두 배에 가까운 3983명에 달했다. 이 업체 함종오 분양소장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한 가구에서 여러 명이 신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4순위 경쟁이 치열한 것은 순위 내 미달 물량이 크게 늘면서 청약통장·거주지역 등에 상관없이 누구든 청약할 수 있기 때문.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순위 내 마감이 많아 1~3순위 자격이 되지 않는 수요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4순위로 당첨되더라도 재당첨 제한을 받지 않는다. 1~3순위 당첨자는 서울·수도권에서 5~10년간 순위 내에서 새 아파트 분양을 받기 어렵다. 한라건설 임완근 차장은 “당첨된 뒤 계약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없어 층·향이 좋은 로열층을 기대한 4순위 신청자도 많다”고 전했다.

◆업체들 4순위 잡기 혈안=업체들은 종전에는 선착순으로 미분양을 팔았지만 요즘에는 4순위 청약 접수라는 새로운 ‘이벤트’에 열중한다. 1~3순위 청약 접수처럼 특정한 기간을 정해 신청받고 동·호수를 추첨한다. 조용한 선착순 분양보다 견본주택이 시끌벅적한 4순위 접수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청약률이 떨어질 1~3순위 접수를 무시하고 4순위 청약에 홍보를 집중하기도 한다. 일신건영은 최근 청약률 ‘0’를 보인 전주시 하가지구 단지의 1~3순위 접수를 하면서 견본주택도 짓지 않았다. 시장 분위기가 나아지면 4순위 접수 일정을 잡아 견본주택을 지어 본격적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이 회사 한이중 마케팅팀장은 “순위 내 청약률이 어차피 바닥이기 때문에 기운을 빼기보다 4순위에 힘을 쏟기로 했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사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4순위 당첨자도 전매제한 기간 동안 명의변경을 할 수 없고 규제 완화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장원·조철현 기자

◆4순위=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일정한 자격이 정해진 1~3순위 이외 접수자. ‘무순위’라고도 말한다. 재당첨 제한을 받지 않고 계약하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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