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진단>日 關西 대지진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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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간사이(關西)대지진은 대도시 직하형(直下型)이라 피해가컸다고는 하지만 고속도로.철도 등 교통시설의 고가(高架)구조물의 붕괴파장은 의외로 크다.한신(阪神)고속도로.신칸센(新幹線)등 일본의 중추 지역간 교통시설 붕괴는 간사이지 역은 물론 다른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부품공급이 안돼 조업을 중단 또는 단축하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으며,앞으로 고베(神戶)시의 주택및 산업시설 복구는 붕괴된 교통시설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사고때마다『일본의 구조물은 절대 안전하다』고자만해 왔던 일본의 교통시설이 왜 이렇게 힘없이 무너졌는가.피해가 집중된 한신고속도로 고베선은 비교적 오래된 고속도로다.64년 니가타(新潟)지진이후 일본도로공단은 이 도로에 내진시설을꾸준히 보강해왔다.보강용 철판을 대고,교좌(橋座)를 넓게 펴는등 상판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고,교각도 순차적으로 점검해 왔다.이렇게 보강된 고가구조물이 4개나 떨어지고 교각은 절단된 것이다. 日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엔 겸허한 자성(自省)의 자세다.토질전문가는 이번 지진 발생지점이 활단층(活斷層)으로 지진발생확률이 높았는데도 다른 지역과 동일한 내진설계기준을 적용한 것이 문제라고 반성하고 있다.
일본은 81년 이후 새로운 내진설계개념을 도입,구조물에 띠철근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 기준도 이번과 같은 직하형지진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또 수도공학전문가는 도시하부시설이 대부분「10년발생확률」을 기준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지진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신칸센도 문제가 됐다.지진발생이 30분만 늦었다면「무사고 신칸센」의 신화는 거의 막을 내릴뻔 했다.신칸센은 새벽 6시만 넘으면 어김없이 매 10분마다 1천6백명(정원)을 싣고 최대 시속 2백30㎞로 이 지역을 통과 한다.그 선로가 이번 지진으로 엿가락처럼 구부러지고 교각이 떨어져 나갔다.열차가 자동으로 이상을 감지해 스스로 급제동을 한다해도 제동거리는 3㎞,탈선 또는 추락은 피할 수 없었다.
일본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지진발생확률이 물론 높지 않고,또 지금까지의 지진도 강도가 훨씬낮았다.발생지역도 대부분 도시를 벗어났고 피해도 미미했다.그러나 지진안전지대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미국 동부지 역도 작년 LA대지진을 계기로 대비를 강화하고 있고,전문가중에는 우리나라도이젠 안전권을 벗어나지 못한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다.조용할 수만은 없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최근 우리나라도 대도시.지방도시는 물론 농촌지역에까지 대형구조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속도로는 선형개량을 위해 구조물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고,도시기반시설은 물론 대부분 내진설계가 안돼 있다.속도가 신칸센보다 더 빠른(최대시속 3백 ㎞) 경부고속철도는 교량.터널 등 구조물 구간이 전체연장의 70%가 넘는다. 93년부터 우리나라도 구조물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했지만 기준은 그리 높지 않다.즉 전국을 2개 지역으로 나누어 강원도.
전라남도.제주도는「내진2등급교량」기준으로 내진설계를 하고,기타지역은「내진1등급교량」기준을 적용한다.내진1등급교가 견딜수 있는 강도(매그니튜드)는 5.5가 안되고,내진 2등급교는 5.0이 채 못되는 수준이다.
강한 내진대비에는 물론 비용이 많이 든다.전지역의 기준을 모두 올리는건 그래서 어렵다.그러나 우리나라 도(道)경계는 지질(地質)을 기준으로 설정한게 아닌데 이를 중심으로 기준을 정한건 이상하다.더 강한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있는 지역을 세분해그 지역만이라도 설계기준을 올려야 한다.위험도가 높은 지역과 시설만을 대상으로 설계기준을 올리는건 크게 어렵지 않다.그러나더욱 중요한건 기존 구조물이다.내진보강이 급한 지역과 시설을 골라 안전도를 높이는 대책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성수대교 붕괴도 그랬지만 일본의 이번 지진은「교통시설 붕괴는이렇듯 파장이 크고 오래 간다」는 교훈을 또 한번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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