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기차표 장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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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설 연휴 귀성열차표를 다량으로 빼돌려 암표상에 넘긴 철도청직원들의 부정행위는 너무도 가증스럽고 그 대담성이 놀랍기까지 하다.고향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할 철도공무원이 서비스제공은커녕 귀성수요를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한 행위는 공분(公憤)을 사기에 충분하다.더구나 표를 빼돌린 지난 10월이면 인천 북구청의 세도(稅盜)사건으로세상이 떠들썩하고,일선 공직자들의 비리문제가 다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시기다.그럼에도 이에 아랑 곳없이 다량으로 표를 빼돌렸다니 그 강심장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세무비리처럼 철도청직원들이 열차표를 암표상들에게 빼돌리는 행위도 세상이 다 아는 해묵고 공개된 부정행위의 하나다.지금까지어느 해,어느 귀성때고 역주위에 암표상들이 들끓지 않은 때가 없었는데,이는 바로 표를 빼돌리는 역직원이 있다 는 부인할 수없는 증거다.암표상들이 직접,혹은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 표를 사서 암표거래를 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런 방법만으로 그렇게도많은 암표를 확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이번 경우처럼 내부와 결탁해 20장,30장씩 무더기로 표를 빼내왔으니까 다량거래가 가능했던 것이다.
표를 빼돌리는 행위가 수원역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세금비리가 그러했듯 이번 문제도 전국적으로 철저히 조사하면 이곳 저곳에서 비리가 불거져 나올 것이다.이제 와서 이것까지 세금비리조사처럼 전국적으로 철저한 조사를 해야할 것 인가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겠으나 적어도 앞으로는 이같은 파렴치한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
단말기에 대한 사후검색을 제도화하고 부정조작을 어렵게 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그러나 교묘한 부정까지는 막을 수없는 이상 비리발생을 자체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어떻게 만드느냐가 결국은 열쇠가 될 것이다.사 회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공직자사회의 아랫물은 여전히 흐려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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