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진 피해 동포를 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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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일본 고베(神戶)시의 참상은 가슴 아프다.4천2백명이 넘는 사망.실종피해에서부터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지만 그런 폐허속에 살아남은 이재민들의 망연자실한 표정들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가슴 아파한들 졸지에 집과 가족뿐 아니라 생존의 일터까지 잃어버린 재해민들의 고통과 쓰라림에 미치지는 못한다.이처럼 헤아릴 길없는 이재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란 없는가.
그들이 당장의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재생의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서는 마음뿐 아니라 물질적 도움이 필요하다.물론 당사자인 일본정부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에서 구호와 복구노력이 진행되고 있다.이러한 일본정부의 노력은 국적을 불문하고 피해자 전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겠지만,우리로선 특히 우리 동포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에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현지 교민(僑民)단체는 우리 동포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또 동포들이 밀집 거주하며 경영하던 공장지역에서4백여개의 신발공장등이 폐허가 돼 적게는 1천억엔,많게는 2천억엔 정도의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가 영세기업인 이들 공장에 의지하여 하루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던 동포들의 앞날이 막막하다는 소식도 들린다.현지 교민단체들이 이들을 위해 긴급 구호활동중이라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좀 더 이들에 대한 조직적이고 폭넓은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그들 역시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정부는 국내의 재해민 못지 않게 보호하고지원할 책무가 있다.국민 역시 이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정신적 지원은 물론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말고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꼭 1년전 LA 지진때도 정부.민간이 합심하여 우리는 피해교민 돕기에 나선 경험을 갖고 있다.그때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처지의 동포를 위해 봉사하는 뜨거운 가슴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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