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비행기는 이코노미석 … 20년 된 금성TV 고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는?’(정답=열받아(열바다))

 ‘신혼부부가 제일 좋아하는 곤충은?’(정답=잠자리)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곧잘 구사하는 유머다. 박 전 대표는 모임 자리가 어색해질 때면 이런 난센스 퀴즈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세상에서 가장 서늘한 바다는?’(정답=썰렁해), ‘신혼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콩은?’(정답=알콩달콩) 등도 레퍼토리에 들어 있다. 폭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웃음이 새어나오게 하는 데는 그만이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최근 출간된 자신의 책 『찢겨진 명함을 가슴에 안고』에서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유 의원은 2005년 11월 비서실장으로 취임해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사임한 이듬해 6월까지 곁을 지켰다. 그후 현재까지도 2년 넘게 비서실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박 전 대표와 함께한 기간을 사학법 투쟁, 박 전 대표 테러 및 5·31 지방선거 압승, 경선 패배까지 영광과 시련이 공존한 세월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책에서 “박 전 대표가 테러를 당한 상황에서도 대전시장 선거 판세를 걱정한 일화가 묻힐 뻔했다”고 소개했다. 병상에 누운 채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던 박 전 대표가 “대전은요?”라고 물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기자가 “무슨 말씀이 없었느냐”고 물었고 “대전은요?”가 생각나기에 말해 줬다고 한다. 이때 같이 있던 이정현 공보특보가 “중요한 말 같으니 모든 언론에 공개하라”고 해 알려졌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그 한마디가 선거 결과를 뒤집는 파괴력을 갖고 올지 몰랐다”고 썼다.

 “안 된 거죠? 알았어요.” 지난해 8월 박 전 대표가 경선 결과를 보고 받은 단상에서 내뱉은 한 마디다. 당시 보고를 한 유 의원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발걸음은 등짐을 진 것처럼 무거웠지만 정작 박 전 대표는 표정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박 전 대표의 검소함도 공개했다. 비행기는 항상 이코노미석을 고집하고 대구 달성 집에는 오래된 소파 하나와 족히 20년은 넘었음 직한 금성(Gold Star) TV 한 대만 놓여 있다고 한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