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북한상륙 파장-문화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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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등 미국식 인스턴트식품 회사가 공산권 국가에 진출해 끼쳤던 영향중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문화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첨단기법을 이용한 광고와 세계적 팝스타를 동원한 록 콘서트등을 동원한다.
네온을 이용한 펩시.코카콜라의 광고탑,텔레비전에서 보여지는 세계적인 모델과 이들의 몸짓을 가장 자극적으로 잡아내는 현란한카메라 워크,그리고 여기에 덧붙여지는 비트 섞인 음악등은 폐쇄적인 국가의 청소년층에 엄청난 문화충격으로 다가 간다.
물론 북한도 이러한 점을 우려해 광고에 제한을 두려고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콜라.햄버거가 문화적 파트너로 재즈.록,그리고 청바지를 요구한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광고가 막대한 수입을 보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오래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란에서 가장 반미(反美)적인 혁명 잡지 「살람」의 최대 수입원이 코카콜라사의 광고라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콜라와 음악,그리고 이것이 초래하는 문화충격의 예로 93년에모스크바에서 열렸던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93년 가을 비내리는 밤에 열렸던 마이클 잭슨의 모스크바 공연은 공연시작 3시간 전부터 주변도로가 완전히 메워졌고「80년모스크바 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이었던 루즈니크 경기장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러시아 10대들의 광란에 가까운 울부짖음으로 가득찼었다.하지만 콜라와 인스턴트 문화에 익숙한 러시아의 10대들은 전통적인 러시아 청소년과는 거리가 있는 그들만의 새로운문화를 만들어냈고 이것은 곧바로 복장과 유행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펩시콜라는 이미 20년전부터 옛 소련의 노보로시이스크에 공장을 건립했고 이후 끊임없는 선전과 인스턴트 문화전파로 콜라세대를 양성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이때문에 모스크바의 유행의 거리라는 트베르스카야.노브이 아르바트등에는 펑크 스타 일로 머리를 물들이고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 맞춰 문 워크를 해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벌써 80년대 중반부턴 쉽게 볼 수 있었다.
80년대 중반부터 이들 10대들만이 출입하는 전용 미용실이 생겨났고 머리 스타일과 들고 있는 콜라병,듣고 있는 음악들로 동류의식을 확인하는 청소년의 숫자가 레닌이나 마르크스를 외우는숫자를 누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또 마이 클 잭슨.휘트니 휴스턴등의 음악,컴퓨터 그랙픽과 첨단 영상장비를 이용한 CF등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오디오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켰고 서구음악방송에 대한 청취율을 높여 사회의 개방 이전부터 서구 문화에 익숙한 집단을 창출시켰다.때문에 북한에 코카콜라가 진출한다면 북한 사회가 받게될 문화적 충격은 상당할 것이며 장기적으로이러한 문화에 탐닉하게 될 집단의 창출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金錫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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