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금융위기 한국엔 파장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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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멕시코와 같은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날 수 있을까.페소貨 폭락사태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의 파장이 아시아까지 밀려오면서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안에 들게 되는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일고 있다.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전문 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관계기사 28面〉 우선 같은 개도국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경제체질부터가 멕시코와는 판이하다.주요 거시지표를 살펴보더라도우리나라와 멕시코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표참조〉 경제의 안정성이나 위기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맷집이 훨씬 단단하다는 얘기다. 이번 페소貨 폭락사태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멕시코정부의 환율정책 실패에다 국내정치의 불안이 겹친데서 찾을 수 있다.이점에서도 우리나라는 멕시코와는 전혀 다르다.멕시코는 전임 살리나스 대통령시절부터 중앙은행의 개입을 통해 인위적으로 美 달러貨에 대한 페소貨값을 높게 떠받치다 이것이 절하압력에 못이겨 일거에 무너지면서 파국을 맞았다.
이에비해 우리나라는 지난 90년4월부터 시장평균환율제(부분적인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면서 단계적으로 환율변동폭을 넓혀가는 점진적인 자유화정책을 택했다.따라서 멕시코처럼 어느날 갑자기 환율이 30%이상 뛰는 돌발사태는 애초에 생길 수 가 없도록 해놓은 셈이다.
또 설사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급변동압력이 있더라도 외환보유고가 지난해말 현재 2백57억달러로 여유가 있어 단기간의 충격을완화할 능력이 충분하다.반면에 멕시코는 그동안 무리하게 환율을지탱하느라 지난 93년 2백51억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고가 지난해말에는 61억5천만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지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멕시코는 미국.캐나다등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아 부족한 외환을 메워나가고 있지만 이같은 단기처방은 한계가 있는데다 누적된 외채가 부담이 되 고 있다.
이렇게 볼때 우리나라가 당장 멕시코와 같은 위기를 맞거나 직접적인 영향권내에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로인한 국제금융시장의 위기가 더 확산될 경우 외자조달비용이 올라가고 세계경기위축에 따른 수출감소와 같은 간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은있다.또 멕시코 진출기업이나 멕시코에 수출하는 기업이 투자원금이나 수출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소지도 있다.
이와함께 국내금융기관들이 이번 멕시코 금융위기로 손실을 본 것처럼 앞으로 해외 직간접투자가 늘어날수록 위험도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때다.(도움말 주신분=대외경제정책연구원 金元浩박사,재경원 鄭德龜대외경제국장) 〈沈相福.金鐘 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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