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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목타는 남부 현장을 가다-경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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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영.호남이 50년래 가장 혹독한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대부분의 저수지가 허옇게 바닥을 드러내고 밭에서는 겨울농작물이 말라죽고 있다.상수원 부족으로 경북 34만7천3백36명,전남 5만4천78명,경남 1만9천2백2명등 전국에서 11 만7천8백여가구 42만6백16명이 제한급수를 받는등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있으며 각 공단은 일부 조업을 단축하고 공업용수 확보에 비상이걸렸다.지역별로 가뭄실태를 10~11일 현장 점검했다.
경북영천시임고면 영천댐.새파란 물이 끝간데 없이 펼쳐졌던 웅장한 호수가 조그만 저수지로 변해버렸다.
평소엔 물에 가려 보이지 않던 취수공 4개가 시커멓게 모습을드러냈고 취수탑의 물때 묻은 자국이 을씨년스럽다.
댐 북쪽의 옛날 논들은 거북등처럼 갈라 터진 채 바싹 말라 바람이 불때마다 날리는 먼지들이 황량함을 더해 주고 있다.
가뭄은 지하수까지 마르게 해 영천시임고면 평천.덕연.삼매리 일대 주민들은 영천댐에서 1일 2만t씩 공급하는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영천댐관리사무소는『현재 저수율이 17.1%이고 취수할 수 있는 수량을 나타내는 유효저수량은 1.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주민 이동진(李東珍.69.영천시삼매리)씨는『지금처럼 식수까지 말라버린 것은 40~5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4월부터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면 물 때문에 야단이 날 것』이라고걱정한다.
사정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안동댐은 저수율이 25%로 떨어지면서 수몰지역의 기와집들이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내 괴이한 느낌이 들 정도다.물에 잠겨있던 산허리가 허옇게 드러나고 물빠진 바닥은 사막을 연상케 한다.
포항시북구신광면호리 용연지는 저수율이 23%에 불과해 저수지의 기능을 잃어 버린지 오래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용연지는 거대한 분화구처럼 변했고 가운데는 조그만 웅덩이만 남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같은 혹심한 가뭄으로 올 농사를 망칠 우려까지 생기자 경북도는 봄농사철을 앞두고 수리불안전답과 수리시설이 안된 논을 대상으로 물가두기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경북도는 3월부터 5월까지 실시될 물가두기를 위해 파손된 논둑을 수리하고 물꼬및 도수로를 정비해 빗물.눈녹는 물을 활용하는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한편 심각한 가뭄으로 경북도와 대구지방환경관리청 사이에 분쟁도 발생하고 있다.
경북도가 물이 부족한 저수지를 채우기 위해 지난해 12월23일부터 경북경산군진량면 문천지에 금호강물을 하루 1만4천t씩,구미창림지에는 낙동강물을 4천t씩 끌어 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구지방환경관리청은『유지수 부족으로 하천의 자정능력이 떨어질 경우 오염으로 상수원수의 취수중단이 우려된다』며 못 물대기 작업에 반발해 두 기관이 마찰을 빚고 있다.
[永川=洪權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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