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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세무공무원 접촉 봉쇄로 비리근절-국세청 稅政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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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세청이 95년을 세정(稅政)개혁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나섰다.지금껏 정부가 세제(稅制)개혁에 몇번 크게 손을 댄 적은있어도 이번처럼 국세청 스스로가 나서서 대대적인 세정개혁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세제 개혁 때마다 『세정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별 소용이없다』는 지적이 꼭따라 붙던 것을 생각하면 뒤늦은 감(感)마저있다. 이번 개혁안의 골자는▲납세자들이 세금을 자율적으로 신고하게 하여▲납세자들이 세무공무원을 만나 세금을 깎아 받고 뇌물을 주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며▲탈세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그야말로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납세자의 자율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소득세 서면신고기준등 각종 신고기준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그동안 영세사업자들이 장부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사업을 하는바람에 세금을 얼마 내야 할지 모르는 사례가 다반사였다.그래서정부가 전기 혹은 전년에 낸 세금보다 얼마만큼 더 내야 한다는지침을 만든 것이 각종 신고기준이었다.
그러다보니 많이 번 사람이나 적게 번 사람 구별 없이 세금을비슷하게 내는 사례가 많았다.
국세청은 이번 기회에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이같은 불만을 없애 번 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비리(非理)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우편신고제를 확충해 아예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이 얼굴을 맞대는 일이 줄어들도록 하고,「개별성실신고지도」라는 명목으로 세무공무원들이 사업장을 방문하는 일 조차 올해부터 금지시켜 버렸다.98년부터는 세무서 직원이 납세신고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일도 없어진다.결국 스스로 세금을 계산할 수 없는 납세자 들은 세무공무원 대신 세무사나 공인회계사에게 수수료를 주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세무 공무원들을 덜 두려워해도 되지만 대신 세금계산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국세청에서는 이로 인해 납세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위해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협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탈세를 한 사람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된다.그 동안은 세무조사등을 통해 탈루사실이 적발되면 덜 낸 세금만 추가로 냈지만 앞으로는 조세범 처벌법에 의해 고발조치 돼 「전과자」의 낙인이 찍히게 된다.그동안 국세청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던 무자료 거래상이나 대기업의 탈세등에 대한 조사도 대폭 강화된다. 음식점이나 숙박업같은 현금수입업종(4만9천여개로 전체 부가세 납부자의 2.7%)이나 카바레.나이트클럽 같은 대형호화유흥업소에 대해 임점검사를 강화해 과표를 양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또 자체적으로 비리공무원을 찾아내기 위해 특별감찰반을 설치하는등 「집안 단속」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세정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납세자들이 자기 세금을 알아서 낼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 한다.아무리 자율적으로 세금을 신고하도록 해도 장부기재를 제대로 안해 자기가 얼마를 벌었는지조차 모른다면 자율신고제는 의미가 없어진다.「열명이 한명 도둑을 못 잡는다」는 말처럼 단속을 아무리 해도 세무공무원들과 납세자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고서는 건전한 납세풍토가 만들어 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역시 무리다.
〈宋尙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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