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국내기업 現地化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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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업들이 해외법인의 현지화(Localization)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화로 가는 징검다리이자 요체이기 때문이다.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국 기업은 해외생산 비중을 늘려가고 인력채용 마케팅.디자인.금융도 현지에서 해결하려는 것이다. 우리기업과 국내진출 외국기업의 현지화 경영현황을 집중취재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현지인 채용=헝가리 부다페스트市 번화가에 자리잡은 삼성전자판매법인 사무실.
5년전 이곳 엘리트사원으로 현지 채용돼 근무중인 마리아 소모기(31.여)씨는『새해들어 일할 맛이 난다』고 흐뭇해 한다.
전에는 판매전략을 세울때 일일이 한국인 법인장과 상의했지만 올해부터 웬만한 것은 혼자 처리하는 권한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한햇동안 서울에서 「본사 순환(파견)근무」를 하면서 『해외법인의 경영은 현지 채용인에게 맡긴다』는 본사방침을확인하고 최근 부다페스트로 돌아왔다.자연히 일 욕심이 생기고 판매실적도 향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해외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처럼 우수 현채인(現採人)을 중용하고 이들을 서울 본사로 불러 근무시키고 있다.
㈜대우도 「철저한 현지화」를 외치며 각국의 인재를 찾아 나섰다.최근에는 알마아타.타슈켄트등 舊소련 지역의 우수한 고려인 27명을 채용,국내로 불러들이고 있다.1년간 영어.컴퓨터.무역실무 교육을 시킨뒤 곧바로 출신지의 지사.법인에 발령내 현지관리를 맡기고 임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중 황용익(黃龍翊).김연(金燕)씨는『한국은 나의 핏줄』이라며 애착을 보인다.
◇현지답사.적응=현지 채용자에게 무조건 일을 모두 맡길순 없다. 처음에는 공장등을 세울때 본사직원이 사전 현지답사에 나서고 있다.
선경그룹의 경우 신개척 후보지에「특공대」를 보내고 있다.
이 그룹은 중국지역에 장기적으로 90억달러를 들여 정유(精油).석유화학.섬유공장 건설계획을 최근 세우고 20명의 본사직원을 중국 전역에 풀어 사업지 선정에 나섰다.
「특공대」일원으로 오지인 정저우(鄭州)에 파견된 송종복(宋鍾福)그룹 기획실 과장은 요즘 새벽녘에 현지인과 어울려 태극권을익히고 저녁때 중국어를 배운다.낮에는 지역의 입지.환경을 조사한다. 宋과장과 동료들은 아예「모의(模擬)지사」를 설치,실제로그 지역에 공장을 지으러 왔다고 여기고 하루일과를 보내며 문제점을 치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부품조달의 현지화=현대자동차는 96년 중국의 시장개방에 맞춰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 최근「중국 프로젝트」를 세웠는데 부품공장 진출을 앞세운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日도요타의 美현지법인인 도요타USA가 북미지역에7개의 부품공장을 설립,부품조달의 현지화(조달률 75%)및 시장장악에 성공했던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고 있다.
◇금융의 현지화=해외사업 자금을 현지 조달하는 최선의 방법은현지상장(上場)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중 美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준비작업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장기적으로는 자사 미주(美洲)법인도 상장시킬 계획.
당장은 미주법인이 상업어음이나 인수약정회전(引受約定回轉=ABS)금융등 3~6개월짜리 단기금융 외에 5년짜리 중기(中期)증권(MTN)등을 3억달러 가량 발행할 움직임이다.
◇연구개발.디자인의 현지화=금성사는 해외경영의 요체로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히트상품)을 시판키로 하고 디자인.연구개발의 현지법인 설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중 해외 전략제휴 파트너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이점을 살려 이들과의 합작 디자인법인 설립도 추진중이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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