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시쓰는한국현대사>2.평가와 과제-각계人士 의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강경식(姜慶植.前재무장관.민자)의원=우리 현대사는「가난으로부터 해방」의 역사였고 국권상실 상태에서 주권을 되찾고 민주화를 이룩해 세계의 일원으로 당당히 나선「광복」의 역사라고 할수있다.특히 경제적으로는 세계 최빈국의 위치에서 신흥공업국의 자리를 굳히고 도약할수 있는 발판을 만든 역사이기도 하다.
다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분단의 극복은 물론 대화나 내왕조차 할수 없을 정도로 상호신뢰를 쌓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세계역사는 새로운 질서로 바뀌고 있다.이 시점에서 냉전적 시각에서 벗어나 현대사에 대한 혼선과 혼란의 시각을 매듭짓고 변화에 걸맞은 틀에서 현대사를 재조명하고 앞날을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다.격변는 세계속에서 더이상 과거의 문제로 미래가 발목잡히는 일이 없도록 차제에 확고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세계사의 중심세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책발상부터세계를 대상으로 해야하고 이에 맞는 제도의 일대개혁과 의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김진현씨(金鎭炫.前과기처장관)=해방후 지금까지의 우리 현대사를 단절-해양화(海洋化)로 평가하고 싶다.분단은 한반도 북녘과의 단절을 의미할뿐 아니라 한국을 대륙과 단절시킴으로써 해양국가-자유화.개방화.무역의존-로 변질시켰다.
한국현대사는 분단사라거나「한강의 기적」의 성공사라거나 하는 일면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한국이 끼여있는 동북아 15억 생명의 삶은 세계 인류 공동체문제군의 핵심만을 끌어안고 있다는「진실」의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는 교훈은 「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남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다.통일도 평화도 복지도 우리의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그 힘은 질(質)의 힘,정보와 기술과 지식의 힘,그리고 도덕력이라야 한다.
대한민국 정통성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분단과 민주화의 아픔을치유하기 위해,또 세계화의 변혁을 위해서도 우리는 관용과 창의의 미덕이 주류가 되어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
그 첫 작업은 「한강의 기적」의 동업자,추진자라는 미명아래 세계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한 특수기득권자들의 참회와 반성을 통한 부활이다.
▲박경리(朴景利.작가)씨=한시대가 가고 다른 시대가 열렸다는것은 일종의 개념일뿐,역사는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며 강물과도 같아서 흐르는 것이다.해방후 50년간 우리 민족은 황무지에내동댕이쳐진 생명 그 자체였고 살아남기 위한 민족의 투쟁사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일제 36년의 사슬에서 풀려나자마자 분단과 전쟁,강대국의 압력,독재치하라는 악조건 아래서 이루어낸 오늘의 풍요로움은 우리민족의 가능성을 입증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문명이 갖는 양면성에 대한 깊은 성찰없이는 인류의 존립이위태로워질 것이다.문명을 칼로 비유할때 무기로서의 칼이 아닌,요리를 위한 칼이 되게 과학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해방 50주년을 맞아 우리가 매듭짓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식민사관이다.민족적 차원에서도 그래야겠지만 인류의 진로에도 그것은 검은 그림자다.강자의 논리는 매장돼야 한다.그것이 무력이든,경제적인 것이든.
▲박성용(朴晟容)금호그룹회장=해방이후 우리 사회는 각 분야에서 실로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으며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놀라운변화를 가져왔다.1인당 국민총생산(GNP)만도 1백배가 넘는 성장을 했다.그러나 정신적 측면은 오히려 피폐해 졌으며 부정부패의 만연은 얼룩진 현대사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세계사의 변혁 시점에서 어제까지의 우리 모습을 가지고는 선진국민의 모습으로 설 수가 없다.우리 모두 도덕재무장을 통해 무너진 도덕성과 윤리를 회복,자기규율을 지닌 개인으로 모두가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가장 큰 과제인 통일문제도 비용을 줄이고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협력등을 통한 비정치적인측면으로부터 양측의 차이를 줄여 합의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분단과 통일,발전과 쇠락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 우리가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을 직시,주체성을 갖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세계의 호랑이로 나설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고양이가 되어 꼴찌국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기백(李基白.한림대.역사학)교수=우리나라 역사의 큰 흐름을 역사창조에 참여하는 사회적 기반이 점차 확대되어 갔다는 관점에서 파악할때 우리 현대사의 흐름은 불평등에서 벗어나 자유와평등을 찾아나간 과정이라고 표현할수 있다.이는 곧 보다 많은 민족구성원이 점차 자유와 평등을 누릴수 있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자유와 평등이라면 흔히들 이를 서로 상충.모순되는 것으로이해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근본을 따지면 그렇게 볼수가 없다.평등이 없이는 자유가 무의미하고 자유가 없이는 평등이 또한 무의미하다.이점을 명백히 인식한다는 것은 오늘의 우 리가 이루어야할 민족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이것은 또한 사회적 정의가 실현된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할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해방이후 우리가 당면한 민족적 과제의 하나인 통일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즉 남과북에서 민족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평등을 누릴수 있는 사회가 실현된다면 통일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질것이기 때문이 다.우리는 눈앞의 사실에만 얽매이지 말고 민족전체의 높은 이상이 무엇인가에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부영(李富榮.민주당최고위원)의원=우리 현대사에 점철되었던분열과 대결의 악순환은 1차적으로 냉전체제의 산물이었다고 할수있다.체제와 이념이 인간을 압도하던 지난 50년간 우리는 비이성적이고 소모적인 대결속에서 민족의 힘을 소진 시켜왔던 것이다.이제 탈냉전의 세계적 흐름은 우리 사회에도 일대 전기를 가져다 주고 있다.반목과 대결이 아닌 상호협력과 공존공영의 글로벌시대가 우리앞에 전개되고 있다.새로운 시대는 대결의식에 젖은 낡은 사고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시대의 경쟁력과 사회구성원들의「삶의 질」을 하나의 통합된 목표로 설정하는 것,내부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창의와 참여를극대화 시켜나가는 것,국가경쟁력을 넘어선 민족경쟁력의 시야를 통해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한민족의 위상을 제 고시켜 나가는것이 우리의 미래를 향한「신국가 경영전략」의 세가지 요체다.
우리 사회는 가장 세계적인 것과 가장 전근대적인 현상이 공존하는 혼돈기에 처해있다.이러한 2중구조를 극복하고 전환기의 질서를 창출해 나갈 긴요한 시점이다.
▲홍일식(洪一植)고려대총장=역사는 수면위에 비치는 그림자와 같다.총명하고 고요한 날 거울같은 물위에 비친 산그림자는 그야말로 사진이 무색할 만큼 사실적이다.
하지만 바람불고 궂은 날 일렁거리는 수면(혼돈과 혼미의 현실)에 비치는 산그림자는 전혀 실체와 거리가 멀다.따라서 불규칙하게 일그러진 그림자를 보고 산의 실체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더구나 역사는 흔히 사실뒤에 가려져 있는 진실이 더욱 중요한 법이다. 우리 현대사가 지향해야할 기본방향은 우리의 역사.문화.현실을 하루빨리 긍정적 시각으로 바꾸는 것이다.그동안 우리가살아온 것이 너무나 조급하고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어서 우리 것을모두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또 천민자본주의로부터 탈피해 문화적으로 성숙해야 한다.정신문화와 물질문명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물진문명을 뒷받침하는 도덕성의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우리가 매듭짓고 넘어가야 할 것은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정통성 문제다.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수 없는 사실이다. 〈가나다順〉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