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3世체제 의미와 전망-승계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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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LG그룹의 3세경영체제 전환 소식은 그룹 안팎에 가벼운 충격을 던졌다.배경.의미가 무엇이냐는 것에서부터 그룹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갈 것인지 등 궁금증도 더해가는 모습이다.
그룹 임직원들은『올해 회장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예견은 작년하반기부터 심심찮게 불거지곤 했지만 이제 올 것이 왔다』는 반응들이다. 구자경(具滋暻)회장 측근은『상반기중 승계가 있을 것』으로 말해 구본무(具本茂)부회장이 오는4월 그룹의「고객의 달」행사를 택해 새 회장에 취임하고 具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물러나는 교체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3세승계는 한마 디로 LG의 대변신을 위한 기반 다지기의 성격이다.
회장실의 한 임원은『具회장이 최근 우리 그룹은 변신을 위해 새로운 체제로 가야 한다고 누누히 말했다』고 전했다.
나라 안팎의 경제질서와 사업환경의 급변으로 기업들이 엄청난 경쟁체제에 봉착,흥망성쇠의 기로에 선 가운데 LG는 21세기에대응,기동력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시장개방 시대에서 더욱 공격적 경영의 길을 걷는 한편,능력주의 인사와 함께 젊은 세대와의 호흡으로 그룹체질을 젊게 하겠다는 것이다.
3일 가진 그룹 시무식에서 具회장이『21세기 성장유망 산업에진출,기회를 적극 선취해가자』고 이례적으로 공격경영 의지를 표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임원은『우리 기업의 상황이 구심점을 갖고 경쟁태세로집중키 위해 그룹경영의 오너체제 강화가 불가피한 시점이어서 승계는 그리 빠른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그의 설명은 시장개방 체제에서 우리 경제가 현재 남북경협.공기업 민영 화.사회간접자본(SOC)사업 참여등 그룹의 사세를 좌우할 중대시점이어서 경쟁체질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具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생전에 경영대권을 물려주어 재계의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에서 LG의 3세승계는 재계에서도 대체로 『자연스러운세대교체로 받아들여진다』는 반응이다.
具부회장의 회장승계는 지난해부터 수면위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93년말 그룹 원로들이 경영일선에서 대거 퇴진,이헌조(李憲祖)금성사 회장.변규칠(卞圭七)그룹 부회장.성재갑(成在甲)㈜럭키 사장등 전문경영인 체제가 들어서 승계기반이 확보됐 다는 여론이일었다. 또 새해 들어 그룹이름을 럭키금성에서 LG그룹으로 바꾸며 기업이미지 통합(CI)을 단행한 것도 具부회장 승계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LG의 3세승계는 또 具회장 일가와 함께 오늘의 LG를 키운「영원한 사업동반자」인 허준구(許準九)회장등 許씨 일가의 지원을 받으며 예의 한가족 분위기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具회장 측근은『회장이 70 고령이면서도 건강이 좋다』면서『명예회장으로 물러나도 그룹 일에서 완전히 손 떼기는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具회장의 막후조정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具회장은 지난해 그룹 신입사원과 용인 인화원(연수원)에서 점심을 같이 할 때도 밥을 두 그릇씩이나 드는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는 것이 그룹관계자들의 전언이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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