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6자회담, 큰 틀 진전에 매달려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베이징(北京) 제2차 6자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북핵 해결을 위해 지난해 8월 말 처음 열린 회담이 반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입장 차이가 가장 큰 북한과 미국뿐 아니라 한.중.일 및 러시아 모두가 적지않은 부담을 안고 회담에 임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마저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회담을 이어나갈 모멘텀 확보에 실패한다면 그 존재 이유마저 상실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북핵문제는 또다시 표류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억지에 단호한 미국의 일방적 강압책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 안정이 크게 도전받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부담 못지않게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해 핵문제로 인한 상황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최근에는 북.중 간에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에 공동 협력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미국 역시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고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한 동결 조치에 대해 논의 의사를 언급함으로써 기존의 '先 핵포기, 後 보상' 입장에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고농축 우라늄(HEU)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북측의 부인과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겠다는 한.미.일의 입장 차이라든가, 일본인 납치문제를 둘러싼 북.일 간의 감정 대립 등이 회담의 순항에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중동 순방 길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밝힌 '북한 핵 동결에는 HEU가 포함돼야 하고 사찰을 전제로 해야 하며 핵포기의 첫 단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은 합당하다고 본다. 또 이런 입장은 6자회담을 앞두고 한.미.일 3국 간 입장 조율을 위해 오늘 서울에서 열리는 실무협의회의 구체적 전략 논의에 출발점으로서 손색이 없다. 나아가 해법 마련의 시급성에 있어 플루토늄 핵개발에 뒤지는 HEU 문제라든가, 일본인 납치문제 등이 어렵사리 재개되는 6자회담을 결렬시키는 빌미로 작용토록 해선 안 된다. 첨예한 입장 대립의 완충역을 맡을 실무그룹 운영안과 같은 참신한 구상이 6자회담의 큰 틀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