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들 영화사 갖기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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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영화사갖기」가 할리우드스타들 사이에 최신유행이 되고 있다.
이름 하나만으로 수백만달러의 출연료가 보장되는 톱스타들이 마치 유행에 뒤질세라 앞다투어 영화사(프로덕션)를 차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프로덕션은 기존의 큰 영화사(스튜디오)들이 스타와의 지속적인 관계유지를 위해 차려주는 경우가 많아 개점휴업상태인 경우가 대부분.하지만 최근 자신이 제작.주연한 『넬』(Nell)을 개봉한 조디 포스터가 평론가들로부터 「뛰어난 제작자」란 평가를 받으면서 새삼 배우겸 제작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고인』『양들의 침묵』으로 두차례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재주꾼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에그 픽처스社는 폴리그램사와 3년계약을 해 포스터가 제작을 원하는 영화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있다.
기존의 스튜디오들이 스타들에게 프로덕션을 차려주는 계약은 할리우드에서 흔히 있는 일로 알려져 있다.
실내장식이 잘된 사무실과 인력을 제공받는 스타들은 그러나 대부분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영화만을 제작하려고 하기 때문에 스튜디오측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스타들이 운영하는 프로덕션들은 대부분의 예산을 시나리오를 닥치는대로 사들이는데 쓴다.이 시나리오들이 실제 영화화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스튜디오측은 스타와의 관계를 위해 대부분 쉽게결제한다.게다가 요즘은 스타로 떠오르면 스튜디오 측이 즉시 프로덕션을 제공하는 바람에 지난해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으로 벼락스타가 된 영국배우 휴 그랜트도 벌써 캐슬록영화사산하에 자신의 프로덕션을 차렸다.
프로덕션을 가진 배우는 많지만 결실은 그 배우의 능력에 따라천차만별.웨슬리 스나입스,톰 행크스,덴젤 워싱턴,줄리아 로버츠,패트릭 스웨이지등은 아직 한편의 영화도 제작하지 못했고 조니뎁,위노나 라이더,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등 젊은 배우들은 폭스사와의 프로덕션 지원 계약연장에 실패했다.
반면 로버트 레드퍼드,클린트 이스트우드,마이클 더글러스등은 조디 포스터처럼 제작자로도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에 꼽히는 배우들이다.또 워런 비티.바브라 스트라이샌드.케빈 코스트너.골디 혼.로버트 드니로.대니 드비토등도 제작자로서의 역 량을 인정받고 있다.
이중 가장 작품을 많이 만든 배우겸 제작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그가 운영하는 말파소 프로덕션은 1970년 설립된 이래 25편의 영화를 제작했다.이 프로덕션은 너무 일이 많아 컬럼비아영화사의 뒷마당에 있는 사무실에는 자체 편집실이 있다.
현재는 이스트우드가 감독.주연한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의 편집작업이 진행중이다.제작자로서도 성공한 이스트우드는 그래서 스튜디오측으로부터 가장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출연,감독하지 않고 순전히 제작만 담당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스타는 75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제작한 마이클 더글러스.올해는 『펄프 픽션』을 제작한 대니 드비토가 가능성이 있다.이스트우드는 93년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제작상과 감독상을 동시 수상했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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