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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新소비 풍속도-가격파괴 돌풍 홈쇼핑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케이블TV 방영으로 집안에서 쇼핑할 수 있는 이른바 홈쇼핑시대가 열리게 된다.할인전문점을 비롯해 가격파괴 바람을 몰고온 新업태 점포가 대거 출현할 움직임이고,각종 체인점들도 성업할 여 건을 맞고 있다.또 다국적 유통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출도 늘어나는등 유통시장 개방도 가속화할 전망이다.유통산업의 변화로 소비자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신풍속도를 주부 강희원(姜姬苑.35.서울노원구중계본동)씨의 일상생활을 등장시켜 그려본 다.
[편집자註] 직장생활 10년째인 주부 姜씨는 퇴근후 집에 돌아와 식사를 마친뒤 TV를 켰다.홈쇼핑채널을 선택한 순간 인기탤런트가 매끈한 몸매를 뽐내면서 화려한 패션쇼를 펼치는 모습이나왔다.쇼가 끝나자 이번에는 탤런트가 입고 있는 옷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가격.브랜드.품질.사이즈는 물론 재고까지 상세히소개됐다.
姜씨는 마침 화면에 소개된 종류의 옷을 오래전부터 장만하고 싶던 터였다.내친 김에 화면에서 알려주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몇가지 사항을 확인하고는 마음에 맞다 싶어 주문했다.姜씨가 다음날 퇴근했을 때는 전날밤 주문했던 새옷이 배달 돼 있었다.퇴근한뒤 백화점 매장에 들를 짬을 내기 어려워 차일피일 미뤄온 새옷 장만을 집안에서 전화 한통으로 거뜬히 해결한 셈이다.
맞벌이 주부로서 평일날 쇼핑하기 어려워 금쪽같은 휴일을 망치기 일쑤였던 姜씨는 홈쇼핑시대가 열리면서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자정이후까지 방영되는 케이블TV의 홈쇼핑채널을 아무때나 틀기만 하면 갖가지 상품정보들이 쏟아져 심야 쇼핑까지가능하다는게 매력이었다.출퇴근 전쟁에 시달리면서 집안일을 돌보느라 정신없이 보낼 수밖에 없었던 지난일들이 이젠 옛날 얘기가됐다. 姜씨의 이러한 생활상은 아직은 가상(假想)단계지만 오는10월부터는 현실로 다가온다.케이블TV가 10월1일부터 홈쇼핑채널을 본격 가동하면서 TV로 물건을 골라 사는 홈쇼핑시대가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姜씨의 소비생활은 연초부터 달라진다.비록 홈쇼핑시대는10월이 돼야 가능하지만 외식등 각종 서비스체인점이 늘어나고 있어 신년초부터 다채로우면서도 편리한 생활을 즐길수 있게됐다.
姜씨가 신년초 새롭게 설계한 소비생활 패턴을 보 자.
우선 월말이면 서구풍으로 꾸민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외식을 즐긴다.김치가 없으면 젓가락질이 더뎌지던 남편도 이제는 여러군데 패밀리 레스토랑을 두루 돌아보자고 오히려 성화다.姜씨의 수첩에는 이미 「코코스」「L A팜스」「TGI후라이데이즈」「스카이락」「데니스」「시즐러」「플래닛 헐리우드」등 패밀리 레스토랑은 물론「파파이스」「피자헛」「피자인」「라운드 테이블 피자」등 외식전문점 이름이 깨알같이 적혀있다.
프랑스.미국등 선진국에서 들어왔다는 고급 미용실에도 서너번에한번씩은 들른다.파마 한번에 2만5천원을 받는 동네 미용실을 단골로 이용해 왔으나 헤어스타일을 색다르게 바꿔보고 싶었다.
프랑스의「자크데 샹주」나 미국의「판타스틱 샘즈」처럼 국내에 체인점을 개설한 미용실은 파마요금이 4만~5만원으로 비쌌지만 분위기와 서비스를 감안하면 견딜만 했다.
종업원 2명을 두고 가게를 그럭저럭 꾸려가는 단골미용실 아줌마가 행여 타격을 받는게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생활에 변화를 몰고오는 활력소로 외국풍 미용실을 가끔 이용하기로 했다.姜씨는포장김치의 맛이 수준급이라는 앞집 재영이 엄마의 추천도 마음에새겨놓았다.어지간한 밑반찬은 백화점과 슈퍼는 물론 「나드반찬」「엄마손」「신샘」등 반찬체인점에서 해결하는게 어떨까 생각중이다. 종전에는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때 횟감을 마련하기 위해 퇴근하는 남편을 노량진수산시장에 들렀다 오도록 했으나 이제는 그러지않기로 했다.주변상가에 들어선 「동원택배」를 비롯한 생선회 전문체인점에 전화만 걸면 아가미가 벌떡거리는 생선회 접시가 배달되기 때문이다.
내집마련 6년째를 맞아 실시한 집안 대청소도 문제될게 없었다.「하우스 크리닝」「모던 리빙」등 청소대행 체인점에 집안청소를맡기고 외출했다 돌아와보니 새집처럼 말끔해졌다.
姜씨는 또 집안 분위기를 가꾸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합리스」처럼 그림을 3개월마다 바꿔서 빌려주는 체인점을 활용하면서 그리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응접실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대학에 다니는 시동생은 형수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빨래만큼은 직접 해결하겠다고 생색을 낸다.빨래와 드라이.다림질까지 거뜬히 해결해주는「세탁편의점」「동전세탁편의점」「월풀 빨래방」「크린 프라자」등 세탁체인점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잡지.학습비디오.장난감은 가급적 대여체인점에서 빌려오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여행용 가방이나 휠체어까지 빌려주는 곳이 있다고 하니 물건을 살때는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쇼핑비용을 한푼이라도 절감하기위해 프라이스클럽,E마트,아울렛2001,하이퍼렛 처럼 가격파괴바람을 몰고온 신업태 점포에 시간나는대로 들르는 일도 주요 일과의 하나다.
이뿐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서의 시장개방으로국내에 수입돼 들어오는 외국농산물도 구입할 계획이다. 신토불이인줄은 알지만 외국농산물이 싸고 맛있다면 사먹을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문화생활도 계획성있게 챙기고 있다. 휴일이면 동네상가의 비디오방을 찾아 수준급 음향장치가 갖춰진 실내에서 영화를 감상하곤한다. 구태여 주차공간이 협소한 시내극장을 찾아나서지 않아도 명화감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오히려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
중년의 몸매를 가꾸기위해 썬타나,인치 바이 인치 와 같은 체형관리센터를 찾거나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문제는 곰곰 생각중이다.
姜씨는 그러나 씀씀이가 여간 늘어난게 아니다. 가계부에 주르말이 잡힐까 걱정도 된다.
그러나 생활의 질이 이전보다 훨씬 향상된 것을 생각하면 헛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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