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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갱스터’ 리들리 스콧 감독 e-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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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는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71). SF영화 ‘에일리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래 전혀 다른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고루 수작을 만들언온 장인(匠人)형 감독이다. 여자들의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도, 로마시대 검투사의 액션물 ‘글래디에이터’도, 최첨단 현대전쟁물 ‘블랙 호크 다운’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영국 출신인 그가 이번에는 가장 미국적인 장르인 갱스터를 내놨다. 지난주 국내개봉한 ‘아메리칸 갱스터’는 1970년대초 뉴욕 할렘가의 신흥 마약왕으로 군림했던 프랭크 루이스(덴절 워싱턴)와 그를 좇는 형사 리치 로버트(러셀 크로)의 실화가 바탕이다. 두 남자의 상반된 캐릭터가 빚어내는 극적 재미와 베트남전을 둘러싼 시대분위기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갱스터물에서도 탁월한 장르 세공력을 보여준 감독 리들리 스콧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말보다 영화를 앞세우고 싶었는지, 답변은 불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간략했다. 그는 “제작이 두 차례나 중단됐던 작품”이라는 말로 이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전했다.

-마약을 팔아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프랭크가 가족애 투철하고 자선활동에 앞장서는 청교도적 생활인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반대로 형사 리치는 부패가 만연한 경찰조직내에서 나홀로 청렴을 고집하다 가족·동료 모두에게 따돌림을 받는 처지다. 두 남자의 의외의 캐릭터가 퍽 재미있는데.

“영화속의 모든 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두 남자는 사생활에서나 일에서나 완전히 상반됐다. 비주얼 역시 과장이나 미화없이 그 시대(70년대초)를 정확히 보여주려고 애썼다.”

-러셀 크로와 여러 영화를 함께 했다. 반면 덴절 워싱턴과는 처음인데.(덴절 워싱턴은 대신 리들리 스콧의 동생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에 여러 번 출연했다) 선량한 이미지의 덴절 워싱턴이 냉정하고 잔혹한 암흑가 두목을 연기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덴절 워싱턴은 강인함과 성실함, 그리고 폭력적이고 위험스러운 잠재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타고난 연기자다. 러셀 크로는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알게 됐는데, 정말 카멜레온 같은 배우다. 어떤 캐릭터라도 연기할 수 있다. 그래서 (내게 작품이 들어오면)그에게 항상 먼저 출연을 제안한다”

-그동안 영화속에서 강력한 여성상을 곧잘 그려왔다. 이 영화에는 주연급 여배우는 없지만, 프랭크 루카스의 어머니가 아들의 뺨을 때리며 꾸짖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것 역시 실화가 바탕인가.

“아니다. 리허설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장면을 그대로 가기로 한 것이다. 강인한 어머니에게 아들은(성인이 됐더라도)여전히 아이이고, 잘못에 벌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골든글로브에 작품·감독·남우주연(덴절 워싱턴)등 주요부문 후보에 지명됐고, 아카데미도 후보지명이 예상되고 있다. 감독상은 한번도 받지 못한 그가 이번에는 혹 수상을 기대할까.

“받으면 좋겠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차분한 답변이다. 대신 그의 관심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았다. 이후에도 로빈후드 이야기인 ‘노팅엄’을 비롯해 신작이 세 편이나 예정돼있다. 고희를 넘긴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나는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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