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예산 줄여라 … 성과, 한 달 안에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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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와 일 좀 하게 하세요."

이명박(얼굴) 대통령 당선자는 29일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 첫 워크숍에서 "(인수위 전문위원)인사를 오늘 중에 끝내라"며 이같이 독촉했다.

백성운 인수위 행정실장이 "전문위원 중 일부는 오늘 (인수위에) 오고, 31일까지는 (나머지에게도)임명장을 수여하겠다"고 보고한 데 대한 이 당선자의 답변이다.

전문위원 인선을 당길 뿐 아니라 이미 확정된 이들에겐 임명 전에라도 일을 시키라는 주문이다. 당선자의 독촉에 따라 비상이 걸렸고 행정부에서 파견되는 전문위원 명단이 30일 대부분 확정됐다. 인수위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기업인 출신인 이 당선자가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을 거침없이 발휘하고 있다.

전문위원 인선에서 절차와 형식보다 효율과 실제 일을 중시하는 'CEO형 DNA'가 묻어났다.

이 당선자는 그동안 "인수위 인원과 조직은 (2002년보다)20% 줄여라" "중요한 일은 한 달 내 마무리하라" "인수위원의 나무 책상이 너무 좋다.(간편한 것으로 바꿔라)" 등 인수위에 끊임없이 '세세한 것'을 챙겼다.

자신이 그리는 '알뜰하고 빠르고 실용적인 인수위'란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뿐 아니라 서울 통의동에 차려진 당선자 비서실 직원들에게도 "웬만하면 (삼청동)인수위 구내식당을 이용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당선자의 의지가 이처럼 확고하다 보니 인수위원들도 적응하기에 바쁘다.

당장 첫 워크숍부터 알뜰하게 치러졌다. 당초 일부 위원이 "교외로 나가자"는 의견을 내놨지만 그런 소리는 금세 들어가고 "오가는 시간이 아깝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결국 워크숍은 30일 오후 2시부터 5시간40분 동안 인수위에서 열렸다. 인수위원들은 식사도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다. 워크숍 내용도 '실무적인 것'이었다.

이 당선자의 심중은 기획조정분과위 박형준 의원의 기조 발제를 통해서 나타났다. 그는 새 정부의 국정 원칙으로 '창조적 실용주의'와 '포용적 자유주의'를 꼽았다. 동아대 교수 출신인 박 의원은 "창조적 실용주의는 실증적 경험을 토대로 정책을 꾸려나가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숍에 잠시 들른 이 당선자는 "지난 5년간 (노무현 정부가)한 게 모두 잘못됐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라"며 "각 부처가 (과거 평가와 미래 구상에 대해)의견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현 정부와 대립해 명분적인 우위에 서려 하기보다 실질적인 평가를 통해 효율적인 새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CEO적 발상이라고 당선자 측 관계자는 전했다.

이 당선자가 이처럼 일을 강조하다 보니 인수위는 통째로 휴일을 포기하는 '노 홀리데이(No holiday.무휴일)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요일인 30일에도 인수위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원 출근했다.

신정 휴일인 2008년 1월 1일엔 이 당선자가 참석한 가운데 오전 11시 시무식을 열고 업무를 할 예정이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30일 "1일에 문 닫은 분과위가 있으면 명단을 만들어 언론에 뿌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조였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했다.

이 당선자의 지시에 따라 인수위 규모도 계속 '다운사이징(downsizing.조직과 업무를 줄이는 경영기법)'되고 있다. 인원은 2002년 노무현 정부 인수위(247명)에 비해 크게 준 184명으로 확정됐다. 예산도 25억원 밑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노무현 당선자 인수위 때보다 45~50% 정도 늘어난 액수다. 노 당선자 인수위는 1997년 인수위 때보다 95% 늘어난 예산을 집행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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