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자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 ‘장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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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02면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에 모든 눈길이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당선자는 주말인 29일에도 인수위에 출근했습니다. 오후 2시6분 인수위원 워크숍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악수는 생략합시다”라며 바로 자리를 잡고 가이드라인을 쏟아놓았습니다.

‘(인수위에서 일할) 전문위원들이 왔느냐’며 사람을 챙겼습니다. 행정실장이 “일부는 오고…, 월요일에 전원 임명장 수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당선자는 곧바로 “먼저 와서 인수인계하고, 임명장 주는 건 나중에…”라고 재촉했습니다. 인수위 참여 희망자들의 과당 경쟁으로 인선이 늦어지는 데 대한 간접 경고이기도 합니다. 자리를 떠나면서도 “수고 많이 하라. 연초 인사는 안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1, 3면)

짧은 장면이었지만 ‘일 먼저’라는 CEO 이명박의 진면목이 두드러집니다. 이날 발언에서 한 가지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관료사회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입니다. 당선자는 ‘각 부처에서 나오신 분들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강조했습니다. 정부조직 개편도 ‘부처의 수를 줄이거나 사람을 줄이는 것보다 기능을 우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개 정권을 넘겨받기 위해 등장한 인수위 사람들은 관료사회를 죄인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치인 출신 대통령들의 시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죠.

이 당선자의 관료 조직에 대한 다른 시각 역시 ‘일 중심’에서 출발했다고 봅니다. 관료는 원래 국가 차원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근대사회의 상징적 조직입니다. 더욱이 당선자는 ‘관료적 권위주의’ 시대인 1970~80년대 엘리트 관료의 전문성을 누구보다 많이 체감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중앙SUNDAY가 주목한 사람이 사공일 전 재무장관(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입니다.(4면)

개인적으로 당선자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CEO’ 못지않게 중요한 수식어는 ‘장로’라고 생각합니다. 당선자는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의 장로입니다. 평생 촌음을 아끼며 일에 매진해온 그가 봉사 점수를 얻으려 3년4개월간 매주 일요일 새벽 6시 주차장 입구에서 경광봉을 들고 차량을 안내했습니다. 장로가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일 이상으로 중시하는 것이 신앙 외에 또 있을까요? 그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가장 큰 은혜가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해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모태신앙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보수교단은 그의 당선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망교회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대형교회는 교파와 무관하게 거의 모두 보수교단이랄 수 있습니다. 보수교단이 모인 대표적 연합체가 한기총입니다. 이 당선자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국립묘지 참배를 끝내자마자 한기총을 찾았습니다.

당선자의 종교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개신교단이 종교적 의미 외에 대북관계와 같은 정치적 시각에서도 비슷하게 보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 때문입니다. 해방 이전까지 한국 기독교의 중심이었던 평안도·황해도 지역 개신교도들은 북한의 공산정권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탄압을 많이 받고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들이 남한 개신교의 중심이 됐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특히 대북관계에 적극적이었던 지난 10년을 경험하면서 보수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당선자는 앞으로 5년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중요한 인물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호오를 떠나 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CEO와 장로라는 키워드는 우리 사회의 미래 5년을 이해하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물론 두 가지 키워드로 한 사람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요. 앞으로 계속 주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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