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원자로 기술 등 수출상품 키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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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래에 사용할 원전 기술 개발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4~5년 안에 사용할 기술에도 역점을 둘 예정입니다. 당장 쓸 기술을 많이 내놓지 않는다고 성과마저 적다고 생각하는 일부 시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임 양명승(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향후 연구 개발 방향의 큰 줄기를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중장기연구개발 자금을 이용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핵연료를 국산화하고, 2020~2030년에 사용할 미래형 원전 개발에 전력을 경주하는 등 굵직한 연구 성과를 많이 내고 있는데도 제대로 알아주지 않아 방향을 수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있었던 핵물질 분실 사고는 있어서는 안 될 사고였습니다. 그로 인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핵물질에 바코드를 붙이는 등 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비 온 뒤 땅이 굳듯, 그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분실 핵물질을 '우발적 손실'이라며 면죄부를 줬다고 덧붙였다.

양 원장의 고민은 답보 상태인 연구비에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기술, 4세대 원전 기술 등 개발해야 할 기술은 많은데 연구비는 거기에 걸맞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장기 연구 개발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전 발전 1㎾당 1.2원을 2.5원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안정적인 연구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겁니다." 1㎾당 1.2원은 10년 전 수준으로 지금까지 동결돼 왔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연구비는 연간 2100억원이며, 이중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500억원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개발하고 있는 중소형 해수담수화용 원자로인 '스마트원자로'는 쓰임새가 아주 많아 전략적인 수출 상품으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도 우리나라가 많이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같이 원전을 처음 도입하기에는 아주 적당한 규모라는 것이다. 양원장은 "지금까지 애써 개발해 온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앞으로 10여 년 뒤에는 세계 원자력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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