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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세밑 스트레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歲)밑은 술렁이고 흥청거린다.1년 3백65일 가운데 「요며칠」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작의」(作意)에 분개하는 측도 없지않다.그러나 그 술렁임은 거스르기 어려운 하나의흐름이다.
영국(英國)에서 이 기간중 술과 담배는 20%가 더 팔린다.
94년 미국(美國)의 세밑은「플라스틱 세밑」으로 불린다.신용카드로 긋고 쓰는 소비붐이다.작년보다 비자는 22%,마스터카드는35%가 늘었다.경기전망에 대한 낙관탓도 있지만 『나중은 생각지 말고 우선 즐기자』는 심리가 대세(大勢)라고 한다.「돈의 심리학자」올리비아 멜란은「돈 노이로제」를 일곱가지 유형으로 나눈다.10원짜리 동전 하나도 일일이 챙겨다 감추는 구두쇠형,있으면 안쓰고 못배기는 낭비형,돈을 죄악시하고 외면하는 「돈의 수도승(修道僧)」,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긁어 모으는 갈고리형,돈이 돈을 번다며 투기와 도박을 일삼는 모험형,골치아픈 돈문제엔 아예 관여를 않으려는 초탈(超脫)형 등이다.이들 노이로제 증세가 최악의「발 작」을 일으키는 시기가 바로 세밑이라고 한다.「돈 광기(狂氣)」로도 불린다.씀씀이가 보다 감정에 쏠리고 비합리적이 된다.
「욱」해서 들이켜고 나중에 숙취(宿醉)에 시달리는 술꾼처럼 세밑이 지난후「재정적 숙취」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이른바「세밑스트레스」다.
기독교 인구가 2%도 안되는 일본(日本)의 크리스마스는 곧 쇼핑의 대제전이었다.거품경제의 거품이 사그라지는 고통속에 94년 세밑은 일본인들에게 세삼 돈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고 한다.크리스마스및 연하(年賀)용품의 최소한 50%이상 을 서방에 공급하는 중국(中國)이 경기를 누려『돈은 중국인이 번다』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냉전이후의 무질서」가 세밑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소말리아와보스니아에 대한「인도적 개입」은 분쟁만 더 장기화시켰다.르완다의 개입은 무고한 인명들을 구하기에 시기가 너무 늦었다.舊소련내부에서,알제리에서 살육이 거듭되고 있지만 외부 세계는 속수무책이다. 91년 냉전종식의 유포리아(행복감)는「무정부 상태」라는 또 하나의 긴「숙취」를 94년 세계에 안겼다.정부기구 축소와 감원등「다운사이징」(규모 축소)의 바람이 세찬 94년 우리의 세밑은 그 스트레스로 더욱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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