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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수도권 의원들 '지도부 물갈이' 요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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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표정이 어둡다. 18대 총선(4월 9일)이 100여 일 뒤로 다가왔지만 당 지지율이 10%대에서 헤매고 이를 끌어올릴 마땅한 묘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총선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서울.경기.인천의 읍.면.동 1190곳에서 모조리 1위를 기록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찍은 지지 정당의 후보를 내년 총선에서 똑같이 찍는다면 신당은 수도권 지역구 109곳(서울 48, 인천 12, 경기 49)에서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현재 신당의 수도권 의원들은 66명이다.

25일 당 지도부를 향해 '전면 물갈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초선 의원 18명 가운데 수도권이 11명이나 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27일부터 매일 조찬 모임을 열고 조직적으로 당 개혁 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이 모임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공감을 표시하는 수도권 의원도 상당수다.

노웅래(서울 마포갑) 의원은 26일 "과거처럼 미봉책으로 넘어가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과 새 인물 영입을 통해 국민에게 '뭔가 바꿔 보려고 애쓰는구나'하는 인상을 심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이대로 가면 신당은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한다. 이제 호남 출신들은 물러나고 수도권 민심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이 당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의원들이 정풍운동을 본격화할 경우 1차 표적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시한 친노 그룹이 될 전망이다. 정동영.김근태.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원기.임채정.신기남.천정배 의원 등 중진 그룹도 2선 후퇴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의원들은 당의 새 얼굴로 참신하고 중량감 있는 카드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영입이 어려울 경우 노무현 정부의 색깔이 없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추미애 전 의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선호 대상이다. 하지만 수도권 발(發) 정풍운동은 누구를 새 간판으로 내세울 것인지, 당 개혁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합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당의 기존 대주주들이 순순히 물러날 가능성도 작은 편이다.

이낙연 대변인은 "성명서를 낸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도 얘기할 수 있었는데 굳이 방송에 나와서 쇄신안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사리에 안 맞는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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