復職근로자 임금 줬다면 補職은 안줘도 문제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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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회사측이 소송을 통해 복직한 근로자에게 업무수행에 결함이 있다고 판단,보직을 주지 않은채 임금만 지급했더라도 이에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근로자의「일할 권리」보다 회사측의「근로 선택권」을 보장한 첫판결인데다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복직 근로자등에게 업무를맡기지 않음으로써 노사간 마찰을 빚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앞으로 대법원 판단결과가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李相京부장판사)는 26일 불법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뒤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된 삼익악기 근로자 문철환(文鐵煥)씨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고 패소판결 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근로계약이 고도의 인적(人的)인 관계라는점에서 근로자에게 업무를 맡기느냐 여부는 사용자가 인격적으로 수용할 문제』라고 전제,『기술을 배우는 견습공.연구원.수련의등과 노동부가 원직 복직을 명령한 특정한 경우를 제외한 일반 근로자에 대해 업무를 맡기도록 회사측에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회사측이 근로자에게 임금만 주고 일을 시키지 않았다 해도이를 근로자의 취업청구권과 취업에 따른 이익을 침해한것으로 볼 수 없는만큼 위자료등 손해배상할 책임도 없다』고 말했다. 文씨등은 91년7월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징계해고된뒤 해고무효확인청구소송을 내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돼 복직했다.
그러나 文씨등은 복직후 회사측이 임금만 지급하며 일을 시키지않자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모두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었다.
일본의 경우 노사간 타협과 화해가 정착되면서 법원 판결이 근로자의「일할 권리」에서 회사측의「근로 선택권」을 강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독일은 여전히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한편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이번 판결은 법원이 회사측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한 보수적인 판단』이라며『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이 문제가 노사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지적했다.
〈孫庸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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