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ONEY] 알쏭달쏭 ‘펀드 성적표’ 꼼꼼히 보면 돈이 쏠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올 5월 이웃의 권유로 펀드 투자를 시작한 주부 김은숙(52)씨는 최근까지 증권사로부터 ‘자산운용보고서’라는 우편물을 두 차례 받았다. 가입한 펀드에 대한 설명서인 줄은 알았지만 봉투만 뜯어보고는 일찌감치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신문 활자보다 작은 깨알 같은 글씨에 알 듯 모를 듯한 내용이 가득 차 있어 읽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 계좌 수가 2000만 개를 넘어서면서 펀드 대중화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도 많은 투자자가 펀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분기마다 한 차례 집으로 날아오는 자산운용보고서만 찬찬히 뜯어 봐도 궁금증의 절반 이상은 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운용보고서, 이렇게 읽자=자산운용보고서는 펀드의 ‘성적표’ 또는 ‘가정통신문’이라 할 수 있다. 교과목에 대한 성적(펀드 수익률)뿐 아니라 행동발달사항(펀드 보유자산, 특징) 등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대한 평가가 모두 수록돼 있다. 보고서를 잘 살펴보면 펀드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계속 투자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보고서는 펀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신탁(펀드)의 개요 ▶투자신탁의 현황 ▶자산 구성 현황 및 비율 ▶자산 보유 및 운용 현황 ▶매매 주식 총수·금액·회전율 ▶운용의 개요 및 손익 현황 ▶운용전문인력 현황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펀드 이름부터 보자. 주위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한 사람 중에는 의외로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투자회사’라고 돼 있다면, ‘미래에셋’은 펀드에 투자된 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이름이다. ‘디스커버리’는 펀드 고유의 진짜 이름이며, ‘주식형’이란 주식이나 채권·부동산 등 여러 투자 대상 중 주식에 주로(60% 이상) 투자한다는 뜻이다.

◆수익률·자산 규모를 뜯어 보자=투자자의 최대 관심은 역시 ‘돈을 얼마나 벌었나’를 보여 주는 수익률이다. 하지만 수익률도 단순히 늘거나 줄고 있는 정도만 보는 것으론 부족하다. 자산운용보고서의 수익률 항목 밑을 보면 ‘벤치마크’라는 이름의 숫자나 곡선이 있다. 이는 펀드매니저가 애초에 세운 전략대로 투자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결과 또는 목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민주영 과장은 “펀드 수익률 곡선이 벤치마크를 꾸준히 넘어서고 있다면 펀드 운용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수익률은 높은데, 그간 수익률 곡선이 벤치마크선과 비교해 들쑥날쑥하다면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펀드라고 판단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 수익률을, 해외 펀드는 MSCI나 FTSE와 같은 국제기관에서 만든 지역·국가별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보고서의 수익률이 투자자 자신의 수익률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수익률을 정확히 알고 싶을 때는 판매사로 문의하거나 판매사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자산’으로 표시된 펀드 규모도 중요하다. 시장의 전체 흐름이 좋은데도 혼자 6개월 이상 펀드 규모가 줄어든다면 환매를 고려하는 게 좋다. 펀드 운용에 이상이 생겨 가입자들이 자금을 빼서 나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 김일선 상무는 “펀드 규모가 100억원 미만이면 자산운용사는 감독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더 이상 펀드를 운용하지 않는다’며 손을 털 수가 있다”고 말했다.

‘매매회전율’이란 항목도 유심히 살펴야 할 부분이다. 매매회전율이란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 대상을 얼마나 자주 사고팔았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매매 회전율이 100%라면 1년에 전 종목을 한 번씩 사고 팔았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가 단기 매매 차익을 노려 샀다 팔았다 하면 매매회전율이 올라가고, 그만큼 매매수수료도 많이 나간다. 가치투자 스타일의 펀드라면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해 주가가 오를 때까지 상당 기간 기다리기 때문에 매매회전율이 낮다. 반대로 성장추구형 스타일이라면 회전율이 높다. 안정적인 성격인 줄 알고 가입한 펀드가 매매회전율이 높다면, 애초에 고객과 약속한 투자 전략과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준호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