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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미국대선] 아이오와서 내주 첫 경선…"결과 예단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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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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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선 지금

눈발이 흩날리는 22일 정오 미국 아이오와주 주도(州都) 디모인시에 인접한 워런 카운티 행정빌딩 강당. 민주당 대선 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이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400석 규모의 강당이 가득 찼다. "여러분이 원하는 걸 정부가 다해 줄 순 없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노인들이 병원비가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뒷골목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해 부랑아로 전락하는 건 정부 책임입니다. 이 정부(부시 행정부)가 손을 놓은 의료보험과 교육, 에너지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고교생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는 청중은 박수를 쳤다. 오바마가 "이라크의 미군을 집권 6개월 안에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하자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연설 뒤 청중은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 약값을 10년째 대느라 허리가 휜다. 의료 개혁을 어떻게 할건가" "자식 둘이 취직을 했지만 대학 시절 학자금 빚을 갚느라 월급이 다 사라진다. 당신의 교육개혁 패키지엔 이 문제도 들어 있나."

정책을 묻는 청중에게 오바마는 수치와 사례를 들어가며 답했다. '마을회관 모임'(타운홀 미팅)이란 명칭다운 유세였다.

1월 3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커스(당원대회) 형식으로 경선을 실시할 아이오와주 곳곳엔 매일 30분 간격으로 이런 유세가 벌어진다. 이날 민주당에서만 클린턴.오바마는 물론 3위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상원의원 등이 총 12차례 연설을 했다. 인구가 300만 명(백인 96%)으로 미국 전체의 1%뿐인 작은 주이지만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정치 1번지인 탓이다.

하지만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이곳 코커스 판세는 안개 속이다. 민주당에선 최근 돌풍을 몰고 있는 오바마와 지난달까지 선두를 달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이 1위를 놓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노조를 중심으로 지지층을 구축한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가세, 3파전이 치열하다. 에드워즈는 3위이긴 하지만 "아이오와는 에드워즈가 가져갈 것"(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고 예측할 정도로 그의 잠재력은 상당하다는 게 현지인의 평가다.

대선 주자들은 코커스에 참여하는 당원들의 성향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자신들의 지지자가 대거 투표에 참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가 기대를 거는 계층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의 여성 지지자들이다. 그들이 어린 시절에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여성 대통령의 꿈을 실현시켜 줄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코커스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오바마의 집중 공략 대상은 젊은 남성 지지자들이다. 워싱턴 정치에 싫증을 느끼고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 남성들이 대거 투표소로 향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지원 유세 가담으로 여성 표가 움직일 조짐도 보여 이들에게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공화당에선 이곳 TV광고에만 400만 달러 이상을 쓰며 공을 들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제치고 복음주의자 등 보수층을 파고든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반면 전국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려온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의 지지세는 약하다.

이날 오바마 연설을 들은 주디스 미즈(65.전 은행원)는 "오바마에게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톰'이라고만 밝힌 40대 남자는 "오바마의 연설은 좋지만 찍을 결심은 서지 않는다"며 "다른 후보 얘기도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강당을 나오던 한 미국 기자는 "민주당엔 오바마 돌풍이 불었지만 힐러리와 에드워즈도 총력전을 펴고 있어 박빙의 상황이고, 공화당 역시 허커비의 약진이 돋보이지만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디모인(아이오와)=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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