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수위 두 달이 5년을 좌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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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위원장을, 정계·학계·관료 출신들이 분과별 간사를 맡는다고 한다. 인수위원장의 과거 경력에 약간의 흠결이 있고 거론되는 인수위 핵심 인사 대부분이 당선자와 지근거리에 있는 인물이라는 지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인 데다 짧은 기간에 당선자의 의중을 반영해 새 정부의 골격을 짜야 하는 인수위의 특성을 감안하면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인수위가 유념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두 달간의 인수위 활동 기간이 새 대통령 5년 임기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촌각을 아끼고 국정 과제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취임 초기의 황금 같은 시간을 우왕좌왕하다가 허송할 우려가 있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도 우선순위를 확실히 매겨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하면서 100대, 200대 과제라며 잔뜩 늘어놓았지만 실제로 추진했던 정책은 많지 않았다. 대통령 임기 5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소수의 정책에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아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후보 시절 내놓은 정책도 재점검해야 한다.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친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모든 공약에 국민이 동의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는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된다. 대선에서 드러난 민심에 호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수위 활동 시기에 경제 회생의 비전과 희망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조심할 대목도 있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기 때문에 신·구 권력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 십상이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는 물러나기 전에 새 정부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대못질’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 적절하게 제어하면서도 지나친 충돌은 비켜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새 권력 내부의 갈등도 잘 통제해야 한다. 지금은 새 정권의 ‘실세(實勢) 그룹’이 형성되는 때여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수위 내부에서는 당선자 참모 출신들과 파견된 관료들 간에 마찰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힘으로 밀어붙이려 해서도, 관료 논리에 휘말려서도 안 된다. 설득과 조정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명박 정부의 첫인상이 인수위 활동으로 좌우된다. 첫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점령군처럼 오만해서도, 아마추어처럼 미숙해서도 안 된다. 당선자가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를 가릴 첫 관문이 인수위 활동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