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改閣 D데이 숨가쁜 政.官街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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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는 개각과 청와대 직제개편및 수석비서관 교체등이 맞물린 탓에 서로 조심스럽게 탐색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이날오전 박관용(朴寬用)비서실장을 불러 개각문제에 대해 최종 협의했으며 朴실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8시45분부터 수석회의를 주재.
청와대 관계자들은 더구나 신설될 정책수석 자리에 누가 올지에대해 관심을 보였는데『정책수석이 힘이 없으면 다른 수석들과 마찰을 불러올 수 있고 힘이 지나치면 2인자 또는 황태자라는 말을 듣지 않겠느냐』며 우려하기도.
수석비서관들은 막바지까지 아무 통보가 없었다고 전하면서『金대통령은 이미 자기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아예 통보도 안한다』고 전언.이들은『金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본래 그런 것 아니냐』며 포기한 표정.
개각에 참여한 일부 수석들도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묻지도 못하고 다만 관심있는 인물에 대해서만 한두명 물어보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말해 철벽보안 인사가 여전히 위력적임을 입증. 통폐합되는 교문수석실은 우울한 분위기였으며 유임이 확실시되는 정무.민정수석실등은 청와대의 직제개편과 다른 비서실의 수석임명에 관심을 보이는등 여유있는 모습이어서 대조.
○…민자당 당직자들과 의원들은 누구나 할 것없이 이날 오후 발표될 개각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김종필(金鍾泌)대표등 고위당직자들은 서로 농담을 건네는 형식으로 관심을 표시했고,중.하위당직자나 의원들은 기자들에게 캐묻는등 나름의 취 재망을 풀가동.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 벽두에서도 개각이 화제에 올랐다.먼저 박범진(朴範珍.서울 양천갑)대변인이『우리당 의원중 입각 대상자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성씨는 姜씨같다』고 하자 강재섭(姜在涉.대구서을)총재비서실 장은『나도그중 하나』라고 조크로 응수.
金대표는『인사 내용을 통보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난 신문이나 봐야 안다』고 받아넘겼다.金대표는 임시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등을 처리하고 폐회된 다음에야 비로소 개각 내용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당직자.의원들은 청와대로부터 연락을받았든 못받았든 기자의 취재를 거절하거나 입을 굳게 다물어 끝까지 몸조심하는 느낌.입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 한 민주계 의원은 기자들의 줄기찬 취재에도『모른다』로 일관.
역시 입각 후보자로 거론됐던 한 민정계 의원은 집을 비우고 카폰을 꺼두는등 기자의 접근을 아예 차단했는데 문정수(文正秀.
부산북갑)사무총장은『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제 집에 안들어간 의원들이 몇 있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개각 인선에 대한 민주당의 평가는 일단 후한 편은 아니었다.이기택(李基澤)대표는『대단한 인사가 나올줄 알았더니 검증받은 사람들 지명하더라』고 평가절하.
그러나 평의원들 중에는『실무.전문가형을 중시한 무난한 인사가아니냐』고 긍정적 반응을 나타낸 사람도 적지 않았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출범때 보여줬던 과감하고 폭넓은 인재등용이 사라지는게 아니냐(蔡映錫의원)』고 말하는 이도 있 었다.
이부영(李富榮.서울강동갑)최고위원은『전체적 구도로 볼 때 집권 중반기를 맞은 대통령의 정부 장악능력을 높이기 위한 인선일것』으로 평가했다.그는『반면 개혁성은 상당히 처지는 것같다』며『정치력을 갖춘 인재의 등용이 아쉽다』고 지적.
강창성(姜昌成.전국구)의원은『金대통령이 이번 내각을 실무 내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같다』고 분석하면서「검증」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문희상(文喜相.의정부)의원은『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혹평했다.야당 의원들은 이와함께 몇몇 민주계 인사의 등용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응을 유보해 눈길을 끌었다.
○…개각 뚜껑이 열린 23일 관가(官街)는 정부조직 개편과 이에따른 인원감축이 맞물려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은채 삼삼오오 인사이후의 정국흐름과 국정방향을 점치고 인사를 평가하는등 하루종일 술렁거렸다.
개각 발표와 함께 장관이 바뀐 부처들은 모두 이날 오후 이.
취임식을 갖는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본격적인 이사와 개각이 맞물려 과천 경제부처들은 극도로 어수선한 분위기.
홍재형(洪在馨)부총리등 대부분의 경제장관들이 유임될 것으로 전해지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경제기획원과 합쳐 재정경제원으로출범하는 재무부의 경우 23일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을 기획원이있는 1동 건물로 옮기느라 분주한 모습.
젊은 사무관.주사 등은 이삿짐 센터 직원들과 함께 짐을 날랐으며 간부들은 비어있는 사무실이나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개각의의미와 자신들의 앞날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각 사무실에서「1급 대외비(對外비)」서류들은 직원 한명이「책임지고」가방에 넣어 보관키로 했으며,재무장관실과 농림수산부장관실은「보안유지」를 위해 자신들이 사용하던 컴퓨터까지 모두 옮겼다. 한편 洪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의 유임 관측에 대해 기획원이나 재무부등의 직원들은 모두 반기는 분위기.
관계자들은『가뜩이나 조직개편으로 어수선한 판에 전혀 모르는 장관이 새로 오는 것보다 양 부처를 잘 아는 洪장관이 유임되는것이 업무의 연속성이나 인사의 안정 측면에서 잘 된 일』이라고말했다. 내무부는 세무비리등 잦은 대형사건으로 재임 1년간「고통」을 많이 겪은 최형우(崔炯佑)장관의 경질이 거의 확실해지자아쉬워하는 분위기.
한 간부는『崔장관이 내무부의 위상 강화등에 기여했고 예상보다합리적으로 내무행정을 이끌어왔다』며 아쉬움.崔장관은『당분간은 그동안 못한 등산이나 하며 쉬겠다』고 심경을 피력.
교통부는 오명(吳明)장관의 건설교통부장관 영전설이 우세한 가운데 청사 이전까지 겹쳐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직원들은 서로 장관의 거취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경부고속철도와 영종도신공항 사업의 일관된 추진을 위해 유임을 강력히 희망 했다.김숙희(金淑喜)교육,이민섭(李敏燮)문체장관등 대부분의 부처 장관들은마지막 순간까지도 개각포함여부를 알지못해 당사자들은 물론 부하직원들까지 마음을 졸였다.
***외교.안보 이번 개각의 관심사중 하나는 외교안보팀 교수출신 4인방의 거취.특히 이홍구(李洪九)총리를 제외한 김덕(金悳)안기부장.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정종욱(鄭鍾旭)청와대외교안보수석등 3인은 그동안 상호 불협화음 또는 이런저런 구설수로 주목 을 받아오던 터라 이들의 향방이 더욱 궁금증을 불렀다.
金안기부장의 경우 자리 이동이 점쳐지는 가운데 안기부 내에서는 金부장에 대해『그동안 안기부를 정치사찰 기관에서 전문 정보기관으로 탈바꿈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는 긍정적 평가와『교수 출신이라 정보수집.관리의 특수업무에는 적절치 못했다』는 혹평등으로 엇갈렸다.
李총리를 배출해 자리가 비었던 통일원은『통일부총리 자리의 임자는 누구냐』며 하루종일 하마평.
이상우(李相禹)서강대 교수와 金悳안기부장이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에『두분 다 전문성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또 교수냐』『안기부장을 역임한 분이 바로 통일 부총리로 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외무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임과 경질설이 교차.과장급 실무자들은 대체로 韓昇洲장관 유임을 희망하는 반면 국장급 이상 고위간부들은 공노명(孔魯明)駐日 대사쪽을 바라는 듯한 분위기.신도시발언 파문,각종 군기사고후 경질이 확실시됐던 이병태(李炳台)국방장관 후임에 이양호(李養鎬)합참의장이 낙점됐다는 분위기가 국방부와 함참에서는 지배적.
〈정치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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