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지원사업 벌이는 盧信永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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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꿈을 찾아 한국에 왔다가 한을 품고고국으로 돌아갑니다.우리도 그들의 고통에대해 더 이상 침묵해선안됩니다.』 87년 총리직을 떠난뒤 공식적인 활동을 자제해 오던 노신영(盧信永.64)前국무총리가 최근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취임,외국인 근로자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20일 오후 서울 롯데 호텔에서 중국.필리핀 등 12개국의 대사들을 초청,재단의 사업계획를 발표한뒤 구체적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는 법무부.노동부 담당과장등 정부측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웬만하면 공식 직함은 사양하려 했는데….사업 내용이 마음에든 데다 공직 경험을 살릴 수 있고 정치적 자리도 아니어서 맡게 됐지요.』 그는 올해 초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을 만났을 때『불법 체류자들의 인권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는 우려를 들은 직후 우연히 신격호(辛格浩)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이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만들려 하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 이사장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롯데복지재단은 8월 기금 50억원을 자본금으로 출범했으며 성수대교 붕괴로 사망한 필리핀 근로자의 장례비 지원등 몇가지 활동을 했지만 본격 활동은 이날 모임을 계기로 시작된 셈이다.
『사업 취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 대해 서운함이나 분노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가지 말게 하자는 거지요.』 앞으로는 고통받는 외국인 근로자들이나 관련 단체를 해당 대사관으로부터 연락받아 지원 대상과 사업을 뽑을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만5천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지만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여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실제로 올해 입국한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 2만명중 1천8백명이 저임금 때문에 사업장을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됐어 요.그래서 산업재해를 당해도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는 형편입니다.이를 방치하면 양국간의 불신과 반목이 생겨나지요.』 그는 공직을 마친뒤 천안에서 농원을 만드는데 전념,직접 트랙터와 경운기를 몰며농토를 개간하고 나무도 심어왔으며 특히 장미에 관한한 전세계 45개 품종을 가꿀 정도로「장미 전문가」가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李圭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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