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펜티어칩 결함파문으로 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세계적 반도체 전문업체인 인텔이「펜티엄칩 결함 파문」으로 궁지에 몰렸다.IBM등 경쟁진영에서는 펜티엄 결함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등 연일 대공세를 펴고 있고 유수한 기술자문회사.컴퓨터전문지등에서는 펜티엄PC의 구입 중단을 권고하고 나섰다.심지어일부 회계법인에서는 인텔을 상대로 제소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인텔측은 연일 내부 대책회의를 열고 협력업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나 좀처럼 파문이 잠잠해지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달 23일 전세계에 알려진 펜티엄칩 결함은 이달초까지만 해도 결함의 정도가 극히 미미하다는 인텔 주장과 결함이 확인되면 교환해 주겠다는 컴퓨터업체들의 발표로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그러나 지난 12일 IBM이 자사 테스트 결과 문제의 펜티엄칩 결함이 평균 24일에 한번 발생한다며 펜티엄PC의 생산 중단을 발표,꺼져 가던 불길을 되살려놨다.
13일에는 미국 뉴욕의 A 우조社,필라델피아의 리버티 벨 이큅먼트社등 회계법인들이『인텔이 모든 결함 펜티엄칩을 교환 및 환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각각 법원에 인텔을 제소했다.더구나 15,16일에는 세계적 컴퓨터잡지인『PC월드』 와 미국의 유명 기술자문회사인 가트너그룹이 각각 결함 펜티엄칩이 장착된 PC의 구매를 당분간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이 권고는 가뜩이나 어려운 인텔측에 일대 타격을 안겨줄 전망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텔은 우선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이 4백만개에 이르는 불량 펜티엄칩을 모두 교환해준다면 그비용은 4억~8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더구나 교환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임은 추정키조차 어려울 만큼 거액이다.그래서 인텔은 현재 칩 교환을 선별적으로 하겠다고밝히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파문이 더욱 확산될 경우 인텔이 계속 교환을 거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
인텔의 주가는 이번 파문 발생일인 지난달 23일 65달러12센트에서 25일 63달러87센트로 떨어진 이후 지난 19일까지6달러6센트 더 떨어져 57달러81센트로 마감,연중 최저치(56달러)에 접근했다.
올들어 인텔의 주가 최고치는 3월 중순의 73달러였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칩을 교환해주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거나 인텔측이 실제로 칩 교환에 나설 경우 인텔 주가가 급락할 우려도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美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펜티엄칩 결함 파문이 자칫 기술발전 추세를 정체시키고 산업경제를 마비시키는 상황까지 갈수 있다고 지적했다.
***486칩호황으로 급성장 ***인텔,어떤 회사인가 지난 68년 고든 모어 前회장과 앤드루 그로브 現회장이 공동 창업한인텔은 메모리칩의 대명사 D램과 반도체의 주역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잇따라 개발한 반도체 전문업체다.인텔은 81년 IBM PC에 자사의 칩을 탑재하면서 급성장했으나 80년대 중반에는 호환칩업체들의 약진으로 한때 경영이 침체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486칩의 호황으로 다시 급성장하기 시작한 인텔은 이제 전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92년부터 세계 반도체시장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텔은 매년 30~50%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매출의 10%를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李元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