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이양 시기 재검토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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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이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이양 시기를 재검토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전략적 환경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대니얼 스나이더(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부소장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한미연합사(CFC)를 해체한다는 기본적 결정을 바꿀 수 없을지는 몰라도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시작전권(전작권)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역사 등 한반도와 아시아에서의 미국 외교.안보 정책을 연구해 온 그는 "한.미 동맹에 대한 북한의 잠재적 위협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한.미가 전쟁 억지력을 감소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이 이미 합의한 전작권 이양 시기는 2012년 4월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명박 당선자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일이 핵 프로그램을 분명하게 폐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의 진전 여부가 달려 있다는 그의 입장은 옳은 것이다. 경제 원조와 투자를 이용해 북한을 개방하고 북한 경제를 자유화하겠다는 구상, 북한 인권 문제도 제기하겠다는 생각 역시 평가할 만하다."

-이 당선자의 그런 정책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걸로 예상하나.

"지금 북한은 '행복하다(happy)'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한국 범여권의 승리를 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건 사실 아니냐. 북한은 단기적으로, 특히 내년 4월의 한국 총선 전까진 한국에 대해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한국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관심을 기울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원칙을 지키면 북한도 결국 실용적으로 한국에 접근할 것이다."

-한.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 당선자나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한 한.미 공조는 잘될 것으로 본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건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비준하는 일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쇠고기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 당선자는 이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 등 외국의 투자를 많이 유치하려면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 미국 의회도 한.미 FTA를 최대한 빨리 비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도 즉각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한국을 진정한 전략적 대화 상대, 그리고 동등한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은 뭔가.

"이 당선자가 아시아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은 중국.일본.러시아.인도.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유대를 강화하는 등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악화된 대일 관계를 특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곳에서 좀 더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스나이더 부소장=미국 신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도쿄.모스크바 특파원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1970년대 한국에서 근무한 고(故) 리처드 스나이더 전 주한 미국 대사의 아들로, 컬럼비아대(동아시아 역사 전공)와 하버드대(행정학 석사)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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