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증시는 펀드의 힘 … 코스피 51차례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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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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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 해 증시는 어느 해보다 각종 신기록이 쏟아져 나온 격변기였다. 악재도 있었지만, 호재가 훨씬 더 많은 한 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25조원을 순매도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코스피지수는 7월 처음으로 2000을 넘었다. 10월 말 2064.85로 마지막 기록을 세울 때까지 51차례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스피 2000시대 개막=코스피지수는 올 한 해 최고 43.94%까지 상승했다. 최근 1800대 후반까지 내려왔지만, 그래도 연초 이후 상승률(21일 기준)은 30%를 넘는다. 올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지수가 1638.07까지 떨어졌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자금은 8월 4조원, 9월 1조5000억원이 들어오면서 주가의 대세 상승 추세를 지켜냈다. 한국투자증권의 김학균 연구원은 “사상 최고의 외국인 순매도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글로벌 신용경색이라는 양대 파도를 헤쳐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2007년 증시의 힘은 투자문화 변화에서 시작됐다.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맞은 국민이 저축에서 투자로 금융자산 운용의 물꼬를 바꾸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38조원이던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최근 64조원까지 60% 이상 급증했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지수상승의 공신 중 하나다. 올 초 8조원대에 불과하던 CMA 잔액은 최근 27조원대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투자 열풍은 증시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은행에서 증권으로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돈이 마른 은행권이 채권을 경쟁적으로 발행, 시중 금리가 치솟았다. 이로 인해 돈이 은행 특판예금으로 다시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형만 못한 아우’ 코스닥=코스닥의 올해 특징은 전강후약(前强後弱)으로 요약된다. 올 7월 13일 841.09로 5년 만에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연초 이후 상승률은 38.7%로 코스피 못지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 악재가 겹치면서 힘을 잃기 시작해 최근 700선까지 내려갔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코스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올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간접투자 문화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전체의 90%를 넘다 보니 기관의 펀드자금과 같은 확실한 매수 주체가 없었다.

 한편 증권사들이 연말이면 앞다퉈 내놓는 이듬해 증시 지수 전망치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내 7개 증권사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제시한 이듬해 코스피지수 최고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실제 지수 최고치와 평균 13.44%의 오차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해 말 증권사들은 올해 지수가 최고 1580∼17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 들어 23일 현재까지 최고 지수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2064.85를 기록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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