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에서 아침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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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14면

성당 앞에 버려진 아이, 패트릭은 축구공보다 여자 구두와 드레스에 더 관심이 많은 소년으로 자라난다. 보수적인 고향 마을을 자기 몸만큼이나 벗어나고 싶었던 청년은 이색적인 삶의 여정에 오른다.

이용철의 ‘DVD 골라드립니다’

패트릭 매케이브의 소설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피카레스크 소설의 새 경향에 부합하는 작품인데, 주인공은 반사회적 인물이면서도 기묘하게 코믹한 방식으로 저항과 역경을 헤쳐나간다. ‘푸줏간 소년’으로 이미 매케이브의 작품과 만난 적이 있는 닐 조던 감독에게 이번 영화는 무채색으로 기억되는 아일랜드의 역사에 당시에 유행한 글램록의 화려한 색을 입히는 작업이다. 영화가 제작될 때는 소행성이냐 행성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으나 이제는 소행성으로 분류되는 명왕성(플루토)은 주인공의 특이한 위치를 대변한다.

정치·사회적으로 격변기인 1960·70년대의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여장 남자로 사는 주인공은 그 가치가 희미한 명왕성 같은 존재지만, 삶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는 자세는 누가 뭐래도 작은 빛을 발하는 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조던은 암울했던 사회 분위기에 맞서 용기와 순수함을 잃지 않는 주인공이 놀라울 따름이며, 왜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못했는지 반문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패트릭이 ‘진지함’을 싫어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의 경솔함을 뜻하는 건 아님을 강조한다. 패트릭은 잔인한 시기를 천진난만함으로 통과한 인물이며,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패트릭처럼 소외된 존재에게 바치는 한 편의 동화다.

DVD의 칙칙한 영상이 영화의 깊이와 낭만을 전하는 데 조금 모자란 반면 소리는 평균 이상이다. 익숙한 옛 팝송들이 귀를 자극하는 맛이 그만이다. 배우 킬리언 머피와 함께 음성해설을 맡은 조던의 목소리에선 아일랜드와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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