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정부,과거 독재자 단죄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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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거 독재정권은 마땅히 단죄해야하는가,아니면 관용을 베풀어야하는가. 12.12사태와 관련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대해검찰이 기소유예를 결정,사법처리를 않기로 한 가운데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紙는 한국외에도 각국이 과거청산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보도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민주정부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독재는 엄격히 단죄돼야 마땅하다.그러나 아직 뿌리가 취약한 민주정부로서는 과감한 청산에 따르는 기득권층의 반발로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을 우 려하지 않을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초법(超法)적인 권력을 행사해 인권을 짓밟은 독재정권에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최근 거세지면서해당국가는 더욱 난처한 입장이다.
독재정권을 군사혁명 등 또다른 폭력적 방법으로 몰아낸 경우라면 과거청산은 비교적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91년 내전을통해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前대통령을 축출한 이디오피아의 現정권은 이후 멩기스투가 이끌던 군대를 해산하고 수천명의 軍장교를 투옥했다.현재 이디오피아에서는 짐바브웨에 망명중인 멩기스투가 과거에 저지른 고문과 살인 등 범죄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렵사리 민주정권을 출범시킨 후 불안한 정국을 이끌고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같이 과감한 보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프리카의 베냉과 나이지리아는 민주주의로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과거독재자에게 면책권을 부여했다.칠레의 경우는 축출된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에게 여전히 軍통수권을 맡겨놓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과거 공산정권과 뿌리가 연결돼 있는 舊 蘇연방소속 국가들도 한때 동료였던 과거집권층에 대해 「마녀사냥」을 벌이기는 곤란한 입장이다.
특히 대부분의 舊공산국가에서는 과거독재자들의 탄압 실체가 철저히 감춰져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통일독일 정부가 舊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가 보유했던 비밀문서들을 일부 공개,슈타지에 협력해 민간인 탄압에 관여했던 수백명을 해임 또는 구속 조치한 일이나 체코가 91년 전직 공산당관리들은 일정 지위 이상의 공직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못박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는 과거로 돌리고 정치적 안정을 꾀할 것이냐,아니면 구악(舊惡)을 파헤쳐 민주정부로서의 대의명분을 다할 것이냐.과거에독재를 경험한 나라들이 안고 있는 힘겨운 과제다.
〈申藝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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