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 이명박 당선자 의중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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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 박희태 의원의 ‘당권-대권 분리 손질 필요’ 발언에 대해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대표 측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내부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특히 박 의원은 이 당선자 진영에서가장 영향력 있는 이른바 ‘6인회의’의 멤버여서 이 당선자의 뜻인지에 촉각을 세웠다. 결국 내년 4월 총선에서 ‘명박 대통령’이 공천권을 휘두르겠다는 거냐는 반감이다.

일단 이정현 전 박근혜 경선캠프 대변인은 "박 전 대표는 박희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며"공식 논평을 내놓을 게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전화통화에서 "(박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노 코멘트’라고만 써 달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 박희태 의원의 발언을 반박하는 사람들은모두 기자에게 익명을 부탁했다.

한 재선의원은 "한나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막고자만들어진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모든 의원이 이 당헌·당규에 찬성했다"고 박 의원을 비난했다.

다른 박 전 대표의 측근도 "당과 청와대를 일체화한다면 여당과 그 여당이 속한 국회마저 대통령에게 예속시키는 것"이라며 "시대적 요구인 권력분산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의 주장이 이 당선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개인적 의견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초선 의원은 "당선된 지 이틀 만에 나온 측근의 이런 주장이 이명박 당선자를 오만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며"이런 때일수록 이 당선자의 측근들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의 반발이 감지되자 박희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청와대는 물론 열린우리당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을 지적하면서 당과 청와대 관계에 대한 원론적 생각을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른바 ‘당정분리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공천권에 개입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제시하는 인사나 정책의 건의를 거부하곤 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당헌·당규는‘제왕적 총재’가 대선 후보직까지 차지하는 것을 막기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제 정상적 과정을 거쳐 정권 창출에 성공한 만큼 새로운 당-청와대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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