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돈 선거 조짐 걱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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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15 총선에서 조직선거.돈선거의 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적발한 설과 대보름 기간에 자행된 선거법 위반 행위 가운데는 노래방 회식을 시켜주거나, 감자탕집에서 지구당 입당원서를 돌리고, 선물세트를 수십개씩 뿌려댄 사례들이 있다. 입후보 예정자를 위해 산악회를 설립했거나, 예비후보의 명함 수천장을 배부하다가 고발된 경우도 있다. 결국 바닥에서는 금품.향응 제공과 당원 부풀리기, 사조직 가동, 사전 선거운동 등 우리 선거의 고질적 병폐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적발된 사람 가운데는 광역의원.지구당 사무국장.국회의원 보좌관.유급당원 등이 들어 있다. 대부분 선거운동 기간에 주요 사조직과 읍.면.동 지역을 책임지는 기간 조직원들이다. 그래서 거액의 동원비가 소요되는 조직선거가 이번에도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직선거는 불법자금 사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선관위가 이달 초 밝힌 17대 총선 불법 선거운동 단속 건수는 모두 2천2백97건이다. 이는 16대 총선 때 같은 기간의 8백20건에 비해 2.8배 증가한 수치다. 별도로 행정자치부가 일주일 전에 발표한 선거사범 적발 건수는 9백60건이다. 이 역시 16대 총선 같은 기간의 단속건수 2백73건에 비해 2.47배 늘었다.

지금은 대선 불법자금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폭발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때다. 적발 시점으로 볼 때 대통령의 측근 실세와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장면을 연일 지켜보면서 불법운동을 한 셈이니 기가 막히다. 이대로 가면 선거가 얼마나 엉망이 될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 총선만큼은 지난 선거들과 달라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선관위 등 단속기관은 선거 공명을 지키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불법에 대한 철저한 추적과 엄한 처벌로 초반부터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